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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일상에 대하여 서운했던 이야기
내 생일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해보고자 합니다. 뭐 어른이  다 된 나이에 그러나 하겠지만 생일날에 대한 서운한  감정들에는 이미 곰팡이가 피어 있습니다. 
서운함이  제법 서러움으로 작동된 날도 많았습니다.
뭐, 지금은 그저 운명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조금 있으면 추석명절이 다가올텐데 제 생일은 추석 다음날이지요. 예전에는 추석명절때 일가친척들이나 이웃사촌들이 많이 오기에 음식을 제법 많이 장만했습니다. 
맏며느리답게 일더미에 파묻혀 살았습니다. 친정 엄마는 추석명절 음식장만으로 하루 전부터 분주하시고, 추석 당일에는 손님 치루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뭐 다 그러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추석 다음 날, 내 생일상을 차려주는 것까지 바랄 수는 없었습니다. 아침에 미역국을 못 먹는 날이 많았습니다. 
 
명절 음식으로 냉장고는 꽉 채워져 있고, 부엌 솥단지에도 국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뭐 생일이 별건가 하는 마음을 가진 엄마의 사고도 한몫했습니다. 
그런데도 서운했습니다. 그 음식들이 다 제사를 지낸 음식이 아니겠습니까?
죽은 사람을 위해 제를 지낸 음식이라는 생각 때문에 저는 먹고 싶지 않았습니다. 
추석 명절 다음 날은 피곤한 탓인지 틈만 나면 낮잠을 주무셨습니다. 고단함이 쌓여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내 생일인데 그냥 아무런 준비도 안 해주는 것이 서운했던 겁니다. 
뽀로퉁하게 낮잠 주무시는 엄마 옆에서 대놓고 말하지도 못하고 소심하게 " 내 생일인데~" 하고 궁시렁 거리듯 속삭입니다. 
그러면 돌아오는  말이라고는 냉장고에 먹을 것 가득 있는데 뭐가 문제냐. 챙겨 먹으라는 말 뿐이었다.
먹을 게 지천에 깔려 있는 내 생일이 축복이라고 말하시고 싶은 것입니다.
 "저거는 제사 음식이잖아!"  
 "그럼 제사상에 안 올라간 음식만 골라먹어" 
무심한 듯 돌아오는 말에 생채기가 나고 마음이 서럽게 흔들거립니다. 
더 말해도 소용없다는 걸 압니다. 음식이 풍성한 추석명절에 생일인 내가 복에 겨워 하는 소리로만 들리시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생일날 케이크에 촛불 켜주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가족들이 명절에 내 생일을 묻어버린 것 같아 서운했습니다. 
미역국이라도 끓여 아침에 가족들이 내 존재감을 부각시켜 주었으면 했습니다. 남동생 생일처럼요. 
난 태어난 날인데 죽은 사람을 위해 차린 음식을 아침 밥상으로 받게 되면 수저를 들고 싶지 않습니다. 별나다 하셨지만 제 마음이 그랬습니다. 가족들에게 대접받고 있지 못하다는 서운함이 사무치게 스며들었습니다. 
 
그런데 운명이었을까요? 결혼하고 난 후 내 생일날이 시댁 할머니의 제삿날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제사음식을 먹는 것도 모잘라 이제는 생일날 제사음식을 준비하는 신세가 될 줄이야.
이쯤되면 생일밥 먹을 팔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석날은 며느리로서 추석차례상 차리고, 그 다음 생일날은 새벽부터 일어나 큰집에 내려가서  제사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저주인지.
 제사를 마치고 돌아올 무렵이면 생일도 지나버리고 새벽에나 집에 도착합니다. 참 서럽기 그지 없습니다. 남편마저 상황에 밀려 그냥 스쳐보내 버립니다. 어쩔수 없다고 말입니다. 
그래도 아무리 시댁 제사가 중요하지만 자신의 아내 생일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 남편에게 제가 제대로 속상해서 폭탄을 던졌습니다. 맘만 있으면 수단방법을 가리고 챙겨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그랬더니 그 다음 해인가 제사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 안에서 촛불을 끄라고 하더군요. 생일축하송을 불러주면서 말입니다. 이미 생일은 지났고, 제사를 지내고 몸은 녹초이고, 시간은 자정을 넘어선 시간에, 솔직히 하나도 즐겁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기분을 맞추어 주었을뿐. 
생일날 쉬지는 못할망정 제사음식을 하러 가는 신세가 짜증이 난겁니다. 
왜 하필이면 생일날과 제사날이 같은 날이냐고 원망이 되더라구요.  엉뚱하게도 친정엄마에게 엄마가 내 생일날 제사음식을 먹으라고 해서 이렇게 됐다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생일상#제사상#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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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빛반짝+ +(douall) 2019-09-10 00:21:51

    전 태어나서 한번도 제 생일 챙겨본적이 없고 챙겨준 사람도 없어서 특별하게 생각해본적이 없었어요.ㅋㅋㅋ 마음에서 내려놓으면 그리 섭섭할 일이 없더라구염.그래두 속상하시다니깐 후원하고 가겠습니다.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09-09 14:40:39

      어렸을 때 어른이 되어서 결혼을 하고 나서 생일 때마다
      서운하셨을것 같네요. 누굴 원망할건 아니지만 그런 말로라도
      표현해 봐야죠.   삭제

      • momo(kondora) 2019-09-09 09:29:02

        생일날이 정말 불운의 날이네요..
        더떻게 생일날이 제삿날과 같을 수가 있는지 정말 속상했겠네요..ㅠ.ㅠ
        다른 분들은 그렇다치고 남편분은 아내를 위해서 생일을 챙겨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옆에서 그냥 따뜻한 말한마디라도 해주면 되는데..
        다가오는 이번 생일 날에는 가족과 좋은 생일날 보내시길 바라며, 작지면 후원 보내드립니다.. 즐거운 추석과 생일 보내세요..ㅎㅎ   삭제

        • 영s(kyoung50) 2019-09-07 21:02:16

          정말 속상하겠어요.
          바라는 것은 내 생일에 그저 축하 받고 싶은 것인데
          꼭 뭔가를 해주어서가 아닌데...
          이 세상에 태어난 것에 대한 축하...
          이제 추석도 다가오는데 미리 생일 죽하합니다.   삭제

          • sdjohn(sdjohn) 2019-09-07 19:35:09

            읽다가 지인들 생각이 났습니다. 제 친구는 1월 2일, 제 형은 12월 25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1,000벅스 후원드리오니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시길~   삭제

            • 은빛태양을사랑할래(yulan21) 2019-09-07 17:19:50

              속상하셨겠지만 생일전후로 항상 먹을 것이 넘치니 식복이 있으신가보다 어찌보면 좋은 날이다.. 하려했는데 시할머니 제삿날이라니요!!! 생일저녁에 외식한번 제대로 못할거 아니에요.. 분명 복받으실거에요!!!   삭제

              • 바라보기(qkfkqhrl) 2019-09-07 16:05:06

                공교롭군요. 명절다음날이 생일이라고 하는 것은 그나마 마음먹기에 따라 '좋은날이네'할 수도 있겠으나 시댁 제사는 운명이라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남편이 원이로다. 아-아!! 남편이 원이로다.
                그렇다고 남편이 원일까,사랑이 죄로다. 사랑이 죄로다.   삭제

                • 상큼체리걸(hyedn85) 2019-09-07 15:28:35

                  정말 속상하고 서운하고 그럴것 같아요.. 저 같았음 어렸을때 이미 폭발했을지도 몰라요.. 내 생일상 내놓으라고 땡깡부리고도 남았을 1인 ㅋㅋㅋ 성인되어서는 시댁 음식까지 해야 하는 입장이라니.. 하아...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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