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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뒷받침해 주는 사람들, 준비성[장자 내편] 소요유편(逍遙遊篇) 1-2

 

 

만일 물이 두텁게 모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큰 배를 짊어질 수가 없다. 잔에 담긴 물을 마루의 우묵한 부분에 엎지른다면, 겨자나 먼지 정도를 그곳에 배 삼아 띄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 잔을 둔다면, 잔은 곧 바닥에 붙어 버릴 것이다. 물은 얕고 배는 큰 까닭이다.

바람이 두텁게 모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커다란 날개를 짊어질 힘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뭔가가 구만 리를 날았다면, 그것은 곧 바람이 그 아래에 있다는 의미다. 그런 이후에 새가 바람을 타면, 하늘을 등에 지고 날 수가 있다. 이때 그것을 꺾거나 가로막을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런 다음 새는 장차 남쪽으로 날아갈 꾀를 낸다.

 

매미와 비둘기가 비웃으며 말한다. “우리는 날개가 터질 듯이 날아올라도, 느릅나무나 다목에 부딪쳐 멈추게 된다. 때로는 거기 이르지 못하고 땅에 내던져지기도 한다. 그런데 어찌 구만 리를 날아 남쪽으로 간단 말인가?”

 

가까운 들판에 나간 자는 밥을 세 번 먹고 돌아왔을 때 배가 오히려 차 있다. 백 리를 가는 사람은 미리부터 식량을 찧어 놓아야 한다. 천 리를 가는 사람은 3개월 분량의 양식을 모아야 한다. 이 두 마리 동물이 그것을 어찌 알겠는가.

 

 

* 해설 :

 

왕관을 쓰려거든 먼저 그것의 무게를 감당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장차 세상을 짊어지고자 하거든, 그만한 물이 되어야 하고 그만한 바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마당에 고인 물웅덩이에 커다란 배를 띄울 수 없듯, 그릇이 작은 사람의 세상에 커다란 무언가를 띄울 수 없다.

 

그리고 커다란 새가 마음껏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충분한 바람이 새를 받쳐 주어야 한다. 바람이 충분히 모이지 않는다면 그곳에서 새는 날 수 없다. 물이 충분히 모이지 않는다면 그곳에서 배가 뜰 수도 없다. 사람이 어딘가로 높이 올라간다는 것은 그만큼 한없는 뒷받침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 점을 아는 것이 진정한 겸손의 시작일 것이다.

 

그런 다음 장자는 큰일에 대한 준비에 대해 말한다. 맥락상 여기서 구만 리를 날아오르는 새는 붕일 것이다. 매미와 작은 비둘기가 이를 비웃으며 말한다. 자기들은 끽해야 근처 나뭇가지 정도 올라갈 뿐인데, 어찌 구만 리를 날아간단 말이냐고. 이에 장자가 말한다. 교외에 나간 자는 세 끼 밥 먹고 돌아와도 배가 아직 꺼지지 않지만, 백 리나 천 리 길을 가야 하는 이들은 식량을 넉넉하게 준비해 두어야 한다고. 큰일을 하는 자의 준비에 대해 저 두 동물이 무엇을 알겠냐고.

 

큰일을 하기 위해 티끌부터 차근차근 모으는 이들이 좀 더 굳건한 마음을 가지게끔 돕는 구절이다. 소인배는 대인배를 이해하기 어렵고, 하루살이는 인간의 생을 이해하기 어렵다. 작은 일을 하는 자는 큰일을 하는 자의 준비성을 이해하기 어렵다. 하여 그들의 꼼꼼함에 대고 이러쿵저러쿵 말을 보태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확신이 있고 계획이 있다면 주변에서 뭐라 하든 흔들리지 않는 뚝심을 가질 일이다. 해명할 필요 없는 일을 굳이 해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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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똘배(ksb2855) 2019-09-12 21:58:19

    왕관을 쓰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1인입니다.
    예전 지인으로부터 들은 말이 있습니다.
    위로 올라가위해서는 자신이 어느정도의 그릇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한다는.. 처음에는 이해를 하지 못 했습니다. 그릇이 크다한들 다 채우지 못하면 의미가 없지 않은가? 이제는 그 의미를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그릇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받쳐주는 것이고 받쳐줄 그릇이 있어야 비로소 왕관을 쓸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을
    오늘 너무 좋은 글귀를 읽어 기분이 좋습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알라'
    항상 되뇌이며 왕관을 쓰는 그 날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삭제

    • jasmine(jasmine) 2019-09-10 22:08:51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지금 왕관을 내려 놓고 잠시 자유를 만끽중입니다
      다시 돌아갈 자리나 무게의 의미를 알기에 망설여지네요
      좋은글로 많은 힘을 얻고 갑니다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09-10 14:59:39

        장자의 가르침도 해석도 쉽게 이해되어 마음이 가볍네요. ^^
        7살 꼬맹이가 이야기를 재밌게 하길래 어떻게 이야기를
        재밌게 하냐고 물었더니 이야기를 모았다고 하더군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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