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 어차피 돌아가시면 제 것 같은데요? ”

“ 예끼! ”

“ 하하하! ”

한참동안 웃던 장수인은 미소를 지우며 장진호에게 말하였다.

“ 한 마디 하마. ”

“ 네! ”

“ 상(商)이라는 것은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이다. ”

“ 알겠습니다. 아버님! ”

“ 돌아가신 할아버님의 유훈을 잊지 말도록 하거라. ”

“ 네! 잊지 않겠습니다. ”

밝은 미소의 장진호는 강한 음성으로 말하였고, 장수인은 그런 장진호을 기분좋은 표정으로 바라 보았다.

다음 날, 장진호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장진호가 하려는 사업은 일종의 유통사업이었다.

지역적인 이유로 인하여 물건값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였다.

장진호의 경우에 워낙 많은 지역을 가 본 관계로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어떤 것들이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용호상단 등 많은 상단들이 그런 지역적인 차이를 이용하여 장사를 하고 있었지만, 워낙 장거리였으므로 이동시키는 물건의 양에 한계가 있었고, 그만큼 여러 가지 다양한 기회가 존재하였다.

또한, 대규모 거래가 이루어지는 관계로 각 지역의 중소상단들은 직접 움직이지 않는 한, 대규모 상단들의 횡포에 대해 대응하기가 힘들었다.

그만큼 중소상단의 소비욕구가 있다는 것을 장진호가 알고 있었고, 그들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물건의 양과 종류를 줄여 대규모 상단의 견제를 피한다는 방법도 마련해 두었다.

장진호는 자신의 상단명을 자신의 이름을 따서 진호상단이라고 하였다.

자신이 가 본 지역에서 사람의 성(姓) 등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생각처럼 사업은 순조롭게 발전하였다.

교역하는 양이 적어서 대규모 상단의 견제도 거의 없는 편이었고, 장거리이동을 한다는 문제를 제외하고는 다른 별다른 문제도 없었다.

장진호가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사람이었다.

각 지역마다 풍토병이 있었고, 이미 그런 경험을 많이 한 장진호는 최고의 의원들을 확보하여 각 지역의 풍토병을 연구하게 하여 많은 효과를 보았다.

더불어 장진호는 그들에게 독물에 관한 연구도 하도록 하였다.

독과 약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었으므로 독을 약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물론 다른 의도도 있었다.

다른 경쟁자들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산적이나 풍토병 등과 같은 장거리를 이동함으로써 생기는 문제점들과 지역적인 차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장진호의 상단에는 과거 군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많았으므로 산적들과의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역으로 변경너머의 악명 높은 흑산채(黑山寨)라는 곳이 그들에게 당하여 괴멸되고 나자, 오히려 진호상단의 깃발만 보고도 도망가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상단이 발전을 하였지만, 장진호는 오히려 더욱 몸을 낮추어 교만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명성이란 것이 한순간의 잘못으로 인하여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상단이 발전하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지만, 그동안 같이 일을 하던 사람들과는 여러 면에서 달랐다.

장진호는 서둘지 않았다.

우선, 상황흐름을 알 수 있도록 해 주는 부서에 대해 확실한 투자를 하였다.

이 때문에 수많은 자료들이 수집되었고, 안건별로 정리되어 매일 장진호에게 보고가 되었다.

이를 통해 장진호는 가장 빨리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모여든 사람들을 선발하여 용호상단으로 보내 일을 배우도록 하였다.

진호상단의 경우에 일하기에도 바쁜 상태라 일을 가르쳐 줄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장진호는 자신의 부친에게 사람에 대한 평가를 확실하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자유투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