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지만 먼, 남이 될 수 없는...

타인으로 시작하여 가족이 되었다.

가족간의 모임이 고요했던 적은 없었다. 바다에 떠 있는 흔들리는 배와 같았다.

가족 안에서도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이 오면 꼭 감정을 건드리고 만다. 결국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불편하게 만들어 버린다. 가족이기에 더 많이 알기에 더 깊이 건들릴 수 있다. 자존심과 상처를.

일 년에 몇 번 가족과 마주해야 하는데 그 마주함에 껄끄러움이 묻어있고, 형식적인 자리로 인해 서로의 감정을 숨기고 앉아있는 것이 감지된다.

무엇이 거리를 만든 것인지 서로 꼼꼼히 따질 여유도 없다. 아주 작은 실금들이 여러 해 만들어진 것이다.

한 집안으로 흡수되기까지 서로 조율해 나갈 것이 정말 많지만 요즘은 흡수되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것을 버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손해 보려고도 참으려도고 하지 않는다. 이해받으려고 하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각자 자신의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 이견이 충돌하고 서로 다른 이해타산이 담을 쌓아올렸다.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고 변화했고, 축이 약해지면서 다들 뿔뿔이 흩어졌다. 관심이 이동하고 사랑이 이동하고 이해가 옮겨갔다.

서로 보완하며 맞추어가는 여정이 순탄하지 않았고 점점 장애물만 늘어갔다.

주는 사람은 줌에 끝이 없고 받으려는 사람은 받으려는 맘에 끝이 없다. 누구 하나의 잘못이라고 꼭 짚어 말하기에는 그 회복의 경계를 넘어선 것 같다.

관계의 탄탄함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거리가 생긴게 느껴진다.

흠이 홈이 되어 메워지지 않았다.

모두가 예전 같지 않다. 변했다.

서로 같이 마주하던 눈빛이 고개를 돌리고 나란히 하던 몸이 등을 맞댔다. 서먹거리는 거리에는 주먹 하나가 들어간다.

관계가 곪아 있기는 하지만 터진다고 해결될 것도 아닌 것 같다. 부정적인 감정이 굳은 살이 되었다는 걸 다 아는 모양이다.

사소하게 말다툼을 한다거나 마찰을 빚으며 여러가지 난관에 갈등을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뿌리에 붙어 있는 끈끈함이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모르겠다. 가족도 남보다 못한 타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가족이라고 사랑으로 아름답게 포장되는 것만은 아니었다. 서로를 인정해야 살 수 있는 요소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지만 다 같은 마음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가족으로서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있지만 어쩔 때는 그 가족이 버거운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남이 아니라는 이유로, 남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상처를 주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정말 감정 밑바닥이 들고일어난다.

우리는 서로 각자 나름의 전쟁을 치렀다. 어느 새 맞추려고 하는 것보다 맞지 않는 것을 내려놓았다.

명절이면 가슴을 떼어내려고 한다. 작은 마찰음이 크게 번질 것 같아서다. 굳이 드러내 으르렁거리지 않을 뿐이다.

자주 보지 않는다는 이유가 그걸 가능하게 만든다. 그게 인내가 되어 지금 이 순간을 견뎌낼 원동력을 만들어낸다.

이런 모임이 얼마나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