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와 친정 엄마

몇 년 전부터 고사리를 시장에서 사서 먹게 되기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파는 고사리가 모두가 중국산이었다. 쉽게 지갑이 열리지 않았다.

몇 바퀴를 돌다 다시 처음 자리로 돌아왔다.

"국산 고사리는 없어요?"라고 묻자 아주머니는 너무 당연한 걸 묻는 사람을 대하듯 무시했다.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몸짓과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이 시장에서 국산 있으면 네가 찾아봐'

잠시 고사리나물을 뺄까도 생각했다. 물에 불려서 들쑥날쑥 불어있는 고사리를 달라는 말이 안 나왔다.

올해 여름, 친정 엄마가 다녀갔다. 엄마는 내게 오기 전에 전화로 물어왔다. "혹시 가져갈 것 없냐고, 마늘이 많이 있는데 가져갈까?"하고 물어왔다.

나는 뭐라도 들고 오고 싶은 엄마의 맘을 알기에 "마늘 조금만 줘. 한 움큼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물었다. "엄마 올해 고사리 꺾으러 다녀왔어?"

엄마는 해마다 고사리를 꺾으려 다니셨다.

어려서는 고사리가 한창 필 무렵이면 가족 모두가 고사리를 꺾으려 갔다.

뱀 나오니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며 억센 거 말고 야들야들한 고사리를 끊으라고 했다.

두 번인가 쫓아갔지만 우리를 신경 쓰느라 오히려 다른 어른들보다 뒤처지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우리는 더 이상 데려가지 않았다.

포대로 하루 종일 꺾어온 고사리를 마루에 펼쳐놓으면 상당한 양이 마루로 쏟아져 나왔다.

인원수가 많은 가족들은 더 상당한 양의 고사리를 획득했다. 고사리 밭이라고 할 만큼 많이 나는 지역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제주도 고사리는 지금은 너무 귀해졌다. 고사리 밭이라고 할 만큼 많이 자라는 곳도 이제는 드문드문 나있다. 그래서 한 봉지 채우는 것도 힘들어졌다고 했다. 거기다 엄마는 이제 연로하다. 관절이 약해 많이 걷지도 못한다.

하루 종일 고사리 찾으며 들판과 숲을 헤매고 다니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알기에 차마 고사리를 달라고 말도 꺼내지 않았다.

거기다 고사리는 손이 많이 간다. 꺾어 온 고사리를 삶아 몆 날 며칠을 햇볕에 말려야 한다. 막상 많아 보이던 고사리도 삶아 햇볕에 말리고 보면 그 양도 얼마 되지 않는다.

엄마는 제사 때 쓰기 위해 고사리를 꺾으러 다니시는 것이다. 제사 때 쓰려고 그 많은 과정을 마다하지 않고 준비하는 엄마였다. 엄마 자신도 제사 때 고사리나물용으로 쓰는 것 말고는 평상시에는 해먹지 않고 보물 숨겨놓듯 보관하시는 분이다.

'조금만 줘'라는 말을 꺼내지 못하는 이유다. 그저 고사리 꺾으러 갔냐는 물은 내 말에 엄마는 올해 고사리를 많이 꺽지는 못했지만 한 움큼 가져가마라고 했다.

신문지에 돌돌 말려 싸여있는 엄마표 고사리를 보자 맘이 울컥했다.

엄마가 불편한 다리로 고사리를 얼마나 찾아 헤맸을까 하는 맘에 한 가닥 한 줄기가 귀했다.

어릴 때는 그렇게 먹지 않던 고사리나물이었는데. 콩나물이나 시금치나물들은 젤 먼저 떨어지는데 항상 나물 그릇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고사리나물이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맛날 수가 없다. 물론 입맛도 변했지만 이제는 자주 먹을 수 없는 나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귀해졌다. 콩나물과 무나물, 시금치나물을 다 해도 엄마가 준 고사리가 있는데도 차마 고사리나물은 할 수가 없었다. 차마 고사리나물을 하기가 너무 아까웠다.

손이 얼마나 많이 가는지 알기에 나물을 해 헤프게 먹을까 봐 아까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고사리나물이 이렇게 귀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중국산 고사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