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아침, 차례 지내고 나서 가장 맛있게 먹는 음식은 언제나 문어 숙회입니다. 몇 년째 그렇습니다. 저희 이모부께서 수산물 도매업을 하십니다. 해서, 명절 직전에 할머니 댁에 문어와 전복, 새우 등을 늘 가져다 주십니다(정성 없이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온데, 이모부의 정성에 매번 감동합니다). 할머니는 그것들로 차례상을 마련하십니다. 

올해도 추석 당일 아침에 문어 숙회를 먹었습니다. 원래라면 식사를 하는 시간이 아니지만(첫 끼가 점심이기 때문에), 명절 때는 간헐적 단식의 룰을 어기고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젓가락이 문어 숙회 접시로 향했습니다. 

저는 전복보다 문어를 좋아합니다. 보양식의 으뜸으로 전복이 꼽히기 일쑤인데도, 전복보다는 문어가 좋습니다. 아무래도 식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전복보다 문어가 훨씬 덜 비린 영향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전복도 좋고 문어도 좋지만 굳이 꼽자면 제 취향은 문어 쪽입니다. 

해산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찾아 먹는 편은 아닌데, 명절 때는 해산물을 꽤 많이 먹는 것 같습니다. 올해는 생선 종류를 많이 먹지 않았지만, 그간의 명절들을 돌아보면, 명절마다 생선을 많이 먹은 것 같습니다. 비리지 않은 흰살 생선을 밥과 함께 먹은 기억들이 선연합니다. 저는 비위가 좀 약한 편이라 비리지 않은 생선들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생선 풍미가 확 나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 주변에 꽤 계신데, 그런 분들을 보면 개인적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위가 좋은 만큼 취향의 폭이 넓기 때문입니다. 

한평생 내륙에 살아서 그런지, 저에게는 해산물이 여전히 귀한 음식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모부 덕분에 신선한 해산물을 비교적 자주 접하며 지냈습니다. 매해 명절마다 그 점을 더욱 여실히 느낍니다. 아무리 가족이어도 가족한테 베풀기 싫으면 안 베풀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상대에게 한없이 너그러워지고 후덕해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분들을 스승 삼고 있습니다. 마음이 좁아지고 인색해지려 할 때마다 그 분들을 생각합니다. 주머니에 덕을 채우며 살자고 생각합니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