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배우러 다닐 때 나는 대부분의 경우 지하철을 이용했다. 생각해 보니, 학교나 학원 같은 것이 전부 지하철역 근처에 있었다. 그리고 내 통학 시간은 언제나 길었다.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야 학교나 학원에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에 지하철 안에서 보내는 시간만 두세 시간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지하철에서 책을 많이 읽었다. 아침에는 객차에 앉아 꾸벅꾸벅 존 적이 많았지만, 저녁에는 꼭 책을 읽으면서 집으로 왔다. 나는 핸드폰 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핸드폰으로 할 것도 딱히 없고 (연락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렇다) 그래서. 만만한 게 책 읽기라, 책 읽기를 많이 했다.

지하철 안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하철 안에서 책을 보는 사람을 보면 속으로 반가운 기분이 든다. 책 읽던 중에 책 읽던 사람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마음이 공연히 따스해진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이 독서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지하철에서 책 읽는 맛이 쏠쏠하다. 아무래도 여러 세월을 지하철 안에서 보냈다 보니, 적응이 되었나 보다. 책 읽기 전에는 집중이 되려나 싶지만, 막상 독서를 시작하고 나면 주변의 소음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 멀티 태스킹이 안 되는 특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얼마 전부터는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보는 사람들이 속속 보인다. 처음 전자책 시장이 열렸을 때 나는 저 시장에 미래가 있을까 싶었는데. 시장 규모가 꽤 커진 모양이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전자책을 이용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이 책을 읽는다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독서만이 스스로와의 독대를 이루게 하는 건 아니지만, 독서는 스스로와 만나기 위한 가장 간편한 도구 중 하나여서. 

여행을 갈 때도 나는 책을 챙겨 다니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여행 도중에 책을 읽지 않는다. 책 비슷한 것은 집중해서 읽지만(팸플릿 같은 것) 몸소 챙겨 간 책을 읽는 경우는 없다. 나에게는 독서와 글쓰기가 일이기 때문에, 여행 도중에는 최대한 자유로운 몸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요즘은 명상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요사이 읽는 책들이 대개 그런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 미션을 받으니, 이 책이 지하철 안에서 읽어도 좋을 것 같은 책이라고 느껴진다. 아주 잠깐씩이라도 명상에 잠길 수 있는 책이다. 책 리뷰는 곧 포스팅할 예정이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