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이 세계 유일의 등산박물관인데, 유물보존처리가 없을 수 없다. 아래에 한 예를 보이며 이 길을 함께 하자고 간곡히 권하고자 한다.

오늘의 주제는 요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산악회 리본이다. 놀랍겠지만, 리본 메달기는  '단체'중심으로 관광버스 산행을 하는 한국만의 특수 등산 문화이다. 리본을 떼는 작업부터 세척, 건조, 펼침 및 보관까지 일괄 보존처리 과정을 가감없이^^ 공개한다.

크로니산악회는 1977년 박영배가 설악산 토왕폭 초등이라는 위업을 이루면서 한국등반사에 영원히 이름을 남기게 된다. 몇달 전 그 산악회의 이시종 선배에게서 비닐 봉다리 하나를 선물로 받았다. 삼악산에서 수거한 산악회 리본들이라고 한다.             

지난 일요일 비가 오는 틈을 타서 비닐봉다리를 열어 보존처리작업을 시작했다. 

1) 리본 수거 작업

리본을 떼는 작업은 등산의 리듬을 깨는 일이라서 일부러 수거하자고 들지 아니면 하기 어렵다.

리본 '수거' 작업의 경쟁자는 '제거'작업을 하려드는 환경운동가들이다.  그들은 마치 포식동물처럼 하나도 남김없이 제거하려 드니 그들보다 한발 빨라야 한다. 

또한 떼는 작업을 수상하게 보며 왜 이런 걸 하느냐고 질문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에겐 '면사무소에서 왔는데요. 민원이 들어와서 제거작업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시라. 그렇다면 '수고하십니다'라는 답을 받기 쉽겠다.

아마추어는 20초에 하나씩 떼겠지만, 프로는 5초 정도에 하나씩 '수거'할 수 있다.

2) 수거후 세척작업.

이렇게 다양한 재질의 리본이, 상이한 시간동안 햇볕과 바람에 시달리며 삭아가고 바래가고 있다. 리본 정리 작업은 절대적으로 신중함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녹이 슨 옷핀 때문에 손가락에 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강 이물질과 옷핀등을 제거한 후 넓은 대야에 넣는다. 세척제는 빨래세재보다는 삼푸가 피부에도 좋고, 헹굼작업에도 좋다.

세척작업을 열심히 하자고 들면 한나절도 부족하다. 너무 깨끗히 하려들면 리본이 바스라지거나, 글씨가 흐릿해질 수 있으니 '중도'가 필요하다. 초심자에겐 허리아픈 이 작업 과정때문에 리본 '수거'작업을 그만할 가능성이 높다. 점차 노련해지면 한 두시간 안에 1000개~2000개 작업도 가능하다.

이 작업을 끝내면 '그늘'에서 건조작업에 들어간다. 하루 또는 이틀이 걸린다.

이제 구겨진 놈들을 펼친 펼친 다음, 학창시절 나뭇잎을 그리했덧 추억의  압착 시간이다.  리본의 길이 때문에 A4사이즈보다 더 큰 책이 필요하다.

지자체 소개 책자 보다도 칼라프린트를 해서 빳빳한 대학교 소개 책자들이 최적의 재로가 된다.

한줄에 일이십개씩, 세줄로 펼치는 게 수평을 유지하는 데에 제일 좋다. 그런다음 무거운 책자들을 올려놓고 평평하게 펴지기를 기다린다.

세월을 잊고 있다가 다음 놈들이 들어올 때 펼쳐보면 이렇게 반듯한 모범생이 되어 기다린다. 제거작업을 하기 전에 먼저 와주어 고맙다는 말을 내게 건넨다. 메단 주인에게서도 잊혀지고 영원히 사라질 운명에 처했던 이들이 이제 부활을 하게 된다. 

자료화면의 이놈들은 500~1000개 정도가 될터인데, 양평 소리산에서 올 봄에 모셔온 것들이다.

                                                   *사진출처

올봄까지 이렇게 햇볕을 받으며 진격의 그들^^이 아니라 보존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출처

   고기잡이는 갈대를 꺽지 않는 법이다.  나는 그들과 달리 다시 리본을 달 분들을 위해 몇몇개를 남겨두었다. 두어달이 지난 지금 이렇게 예상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그래도 몇개가 더 달렸다.

내년 가을을 기약하면 될려나.

마지막으로 보관작업이다. 박스는 리본의 크기상 포도 5kg짜리 박스를 강추한다. 박스에 가득담고 흔들리지 않도록 한 다음 단지 뚜껑덮듯이 덮으면 종료된다. 

이제부턴 시간이 힘이다.

그동안 이 작업을 하면서 리본과 대화를 나누고 그 와중에 여러 특징을 발견했다. 카페는 네이버가 아니라 거의가 '다음'이라는 거, 충청도와 강원도는 별로 없다는 거 등등....

어쩌면 이세상에 앞으로도 없을 '에세이' 한편을 완성했다. '리본을 통해서 본 2000년대 전후 한국 등산계의 한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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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정상 우리나라에서도 곧 리본메달기는 사라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있던 한 문화가 영원히 사라지는 셈이다. 그래도 등산박물관이 있어 세월이 흘러 이 시절 등산문화를 '증언'을 해 줄것이다.

등산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