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 조선시대 실경산수화"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했다. 인연이 닿아 오랫만에 문화활동을 했다.

산을 주제로 한만큼 하나하나 눈여겨 보았는데, 압권은 그림이 아니라 글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근사한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누가 처음 이 말을 번역했을까?

이 구절을 이렇게 훌륭한 경구로 따로 도드라지게 한 이는 또 누구일까?

영통동입구'라는 그의 그림을 초등학교때부터 외워왔는데, 그의 성격이 이렇게 시원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우리에겐 “산이 높아서 명산이 아니고 그 산에 신선이 살아야 명산이 된다. 물이 깊다고 신령한 물이라 하지 않고 물 안에 용이 살아야 명수가 된다.”라고   당나라 시인 유우석의 '누실명(陋室銘)'이 근사한 표현으로 인용되곤 했다.

둘다 객체가 아니라 주체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같은데, 강세황이 한 수 위라고 본다. 신선이 아니라 '그곳과 인연을 맺은 사람'이라니, 과연 그는 '실경'산수화가라 하겠다. 

이게 산에서도 곧바로 적용되겠다. 산 그자체가 아니라 그 산과 인연을 맺은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스토리를 갖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봉화의 야트막한 청량산이 조선 최고의 산이 된 건, 퇴계 선생이 있어서이고, 결코 금강산보다 못하지 않은 설악산은 '인연을 맺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해방후까지 비경으로 남아 있었다고도 하겠다. 외국의 산들도 마찬가지이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산이 명산이고 후세에 전해진다.

정수영은 해산첩에서 '보이는 것은 겨우 산허리와 산등성이 아래뿐이었다.

아는사람이 이것을 본다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을 듯하여 버드나무 숯으로 바라보는 광경을 대략 그렸다."라고 적고 있다.

그는 분명히 지필묵을 갖고 있었기 쉽상인데, 그 순간에는 없어서일까? 그냥 숯이라고 하면 되지 하필이면 버드나무 숯이라니 버드나무 숯이 어떤 특징이 있을까? 

갑자기 작가의 이름을 잊어버렸는데, 좌측부터 삼각산 도봉산 수락산 등을 그린 산수화인데...

삼각산과 도봉산이 마차 칼날같고 창검같다.

그시절 그들은 북한산을 이렇게 보았나 보다. 이런데도 겁을 먹지 않고 그곳을 찾고 오른 몇몇 양반들 대단하다.

*전시된 그림들을 보시려면, 여기를. 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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