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한국 사회는 만성적 분노가 들끓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이 2019년 7월 16부터 시행됐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 지위나 우위를 이용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말 한다. 집단 따돌림, 개인사에 대한 뒷담화나 회식 강요 등도 괴롭힘에 해당한다.

그밖에 이웃 간 층간소음, 보복운전, 묻지 마 범죄, 정치적 좌우 이념 대립 등으로 하루도 화가 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화가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다. 우리 사회는 일관성의 정의와 공정이 사라진 채 불의와 편법이 판치고 있다. 정의와 공정이 사회적 공기라고 볼 때 건강상태는‘매우 나쁨’이다. 한국사회만 있다는 화병은 심인성 신체질환이면서 문화연계증후군이 아닐까라는 의문도 든다.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Eric Hoffer, 1902~1983)가 이를 증빙한다.“자신과 화해한 자만이 세계에 대한 공정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그렇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먼저 자신과의 화해가 되지 않고 버럭 화내는 것에 익숙하다.

화는 감정이다. 감정은 개인영역의 기저이자, 마음의 선택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다. 부당한 화로부터 탈피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상황과 사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역량이 갖춰져야 한다. 지금 화를 내는 게 합당한가? 내가 지금 화를 내는 게 문제해결이나 역량강화에 도움이 되는가?

화내지 않는 인간은 없다. 화는 당신의 가치, 욕구 그리고 신념을 스스로 보호하고자 할 때 나온다. 화는 상대방이 나의 노력이나 가치를 무시할 때 나오는 좌절, 과민함, 짜증, 감정폭발 등의 분노표출이다. 하지만 화라고 해서 무조건 상처만 주는 부정적인 측면만 있지 않다. 합리적 의사결정과 문제해결, 공감적 소통을 위해서는‘긍정적 화’가 존재해야 한다. 화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의 정답은 없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영국의 한 연구팀은 더 나은 상황으로 가기 위해 ‘화를 내는 것’이 성과와 효율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세상을 사로잡았던 스티브 잡스는 평소 ‘Think Different’‘Stay Hungry Stay Foolish’를 강조했다. 일에서만큼은 완벽성을 추구하고‘옳은 분노’을 활용했다. 잡스는 올바른 마음에 들지 않거나, 회사의 방향과 다른 길로 나가는 직원에게 정당한 화를 내면서 통제했다.

화를 다스리는 방법은 사람마다 기질과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표적인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분노를 참는다. 직장 내에서는 부당한 일을 당해도 감정을 조절하고 침묵을 지키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 많은 직장인들은 화를 표현조차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는다. 화가 무조건 회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화를 억누른다. 화를 표현하지 못하고 무조건 참으면 개인의 패배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노골적인 공격성이다. 분노를 숨기지 않고 거침없이 공격하는 형태다. 다른 누군가를 희생시켜 그 대가로 개인의 가치 욕구 그리고 신념을 지키려는 자기보호 자세다. 균형 잡힌 사람들은 이런 불안전한 보복을 하지 않는다.

셋째, 소극적인 공격성이다. 화가 나도 즉각 폭발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상처를 덜 입고, 조용한 방법의 해결책이지만 이것 또한 원치 않는 긴장감을 지속시킨다.

넷째, 적극적인 분노다. 다른 사람의 욕구와 신념을 배려한다, 동시에 자신의 욕구와 신념도 보호한다. 적극적 분노란 자기훈련을 통해 분노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상대방에게 이기적인 제안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상호작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한 예견도 한다. 좋은 사례로, 직장 내에서 감당할 수 없는 책임과 분노가 생길 때 상사나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다섯째, 분노를 놓아 보낸다. 문제해결의 의지와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하지만 여의치 않을 때, 혹은 적극적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분노를 그냥 놓아 보낸다. 분노를 놓아 버리는 것은 얼렁뚱땅 넘기거나 피하는 것과는 다르다. 자신의 절제와 용기로 화의 뿌리를 깨끗하게 한다.

인간의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이 모든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온전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나와 상대방의 생각,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 사소한 일로 인해 화를 내거나 초조하고 불안 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상대방이 나에게 고통을 주었으니까 나도 너에게 그대로 갚아줄 거야? 혹은 네가 고통을 당하면 내 기분이 나아질 거야? 라는 사고방식은 옳지 않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

화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스려야 한다. 화는 보채는 아이와 같다. 아기는 어머니가 품에 안아주기를 원한다. 사람은 화라는 아이를 감싸 앉고 명상, 운동, 기도 등으로 화를 잠재울 수 있다. 건물에 화재가 났다면 화재의 원인을 찾고자 동분서주하기 보다는 일단 불을 끄는 것이 옳지 않은가? 화나 분노가 생길 때 의식적 호흡, 걷기, 마음 챙김, 명상 등은 화를 달래는 좋은 방법이다. 올바른 종교나 사상의 가르침을 실천할 때 더욱 빛난다. 화는 억압하고 싸워야 하는 존재가 아닌 친하게 다뤄야한다. 화가 났을 때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의 에너지로 바꿔야한다. 식물은 물과 햇빛이 있어야 성장하듯이 화 역시 이해하고 살피는 훈련이 필요하다.

관념의 감옥에서 벗어나자. 화에 맞서지 않고 끌어안는 자세가 절실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