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까치가 없다네. 그렇다면 작금의 한일간 전쟁은 까치와 까마귀의 싸움이 되겠네. 7월 7석 오작교는 까치와 까마귀가 만드는데,  애초부터 이어질 턱이 없었으니 별 볼 일도 없네.

제목에 금강산이 있어서 급관심이 간 "금강산 최후의 환쟁이'(유채림 - 남자임)을 솔깃하게 보고있다.

금강산 아래 고성의 거부집 아들은 일본에 미술유학을 떠나는데, 그곳에서 역시 화가를 꿈꾸는 일본여자를 만나 첫사랑에 빠진다.

둘은 동경 시내의 동물원에 갔는데, 그곳에서  흔하디 흔한 까치가 그물망 안에 있는걸 발견한다. 그 와중에 남자주인공은 '일본에는 까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여자는 훨훨 자유로이 나는 까치를 상상하며 조선인남자와의 사랑과 조선 땅을 꿈꾼다.

"까치는 없다" !!!  일년에 7백만명이나 일본에 다녀오는 시대에 이 야그를 듣지 못하다니. 역시 나는 일본을 모른다.  각자도생의 시대, 반일의 구호는 함께해도 일본을 아는 건 각자도지(各自圖知)해야 한다.

이참에 우리는 아래와 같은 잡학을 알게 된다.

1) 이현세의 남벌

일본과 한판 신나게 전쟁을 벌이는 남벌의 주인공이 '까치'인 것은 의미심장하겠다.

2) 제주도에도 불과 2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까치가 없었다. 

1964년 나라새로 까치를 선정할 때 제주도사람들은 그게 무슨 새인가 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제주도 여행의 추억이 있는 이들은 까치 이전 시대와 까치 이후로 나눌 수 있겠다. 아참, 제주도에 다람쥐 없다는 이야기 아시죠?

"제주도 까치"로 검색하니 가게가 네군데 있다. 추측컨데 1989년 이후에 생겨났으리라.현제 제주도는 까치때문에 생태계 교란, 과수원피해 그리고 항공기, 전봇대 등등에 골치라고 한다. 육지부에서는 까치가 길조니 해조니 하지만, 제주도에서는 해조에 가깝다는 거.

그렇다고 까치 이전에 제주도가 청정지역은 아니었다는 거, 일찍부터 까마귀가 있었고, 지금은 까치에 밀려 까마귀는 한라산 중산간으로 쫓겨갔다는 거.

3) 일본에는 까마귀가 대세라는 건 알고 있었다. 산악에세이스트이자 산악시인으로 유명한 장호의 시집 '동경까마귀'가 그때는 무슨 말인가 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어느 영화 도입부도 도쿄에 가득한 까마귀를 보고 질겁을 했더랬다.

4) 일본에서는 까치가 있긴 한데, 그것도 조선에서 유래했다.

현재 토박이 까마귀 등쌀에 시달려 현재까지도 미미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을 뿐이다. .

임란 전후로 그 누군가에 의해 일본에 퍼졌다는 건데 아직도 겨우 1만마리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것도 일본 남단 규슈를 중심으로 있고  1924년에 천연기념물에 지정되었다고 한다. 세상에.

5) 일본 신사의 이름에도 신라 까치와의 유래가 담겨 있는 게 있다.

일본 오사카에는 '작림궁(鵲森宮 카사사기 모리노미야)라는 신사가 있다고 한다. 일본 서기에 의하면, 누구누구가 신라에 건너와서 두마리 까치를 갖고 돌아가서 이곳에서 키웠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왕인박사의 천자문 도래설 등, 일본에 뭔가 전해주었다는 거 우리 좋아하는데 이번에 처음 듣는다. 언제 오사카에 갈 일이 있으면 시내 한복판에 있으니 한번 들러보면 좋겠다.

6) 현재 일본 북단의 홋카이도에도 까치가 있다고 한다. 이 까치는 규수의 까치가 아니라 한국과 오가는 화물선이 원인일 거라 추정한다고 한다.

대체로 까치는 해를 끼치는 게 많으니, 이참에 많은 까치를 나룻배에 싣고 일본에 밀항을한다면.,,,,, 음... 이거 상당히 고차원적이면서 복잡한 전쟁 수행이 되시겠는데...

7) 1924년 윤극영 선생이 만든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라는 동요가 새삼 좋아졌다. 서울의 지하철 역명이기도 한 까치산, 까치발, 까치고개의 뜻도 이참에 알게 되었다.(여기를) 그까치는 이까치가 아니되시겠다.

8) 한일간의 전쟁은

작금의 한일전쟁은 까치와 까마귀와의 싸움이 되겠네.

반은 시커멓고 반은 하얀 까치와 온통 시커먼 까마귀와의 싸움은 어떻게 될까?

여기서 까치의 색 반반을 두고서, '중용과 평화'가 아니라 낮에는 남 눈치보니라 하얗고 밤에는 온통 까맣게 변신한다고 해석하면 너무 씨니컬한걸까. 한편, 까마귀 노는데 백로 가지마라라고 하는데, 까마귀 털뽑으면 살색은 하얗다고 한다.

9) 일본에 호랑이 없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까치도 없었다. 따라서 호작도(虎鵲圖)도 없었겠다. 참고로 일본어로는 까마귀는 카라스라고 하고, 까치는 까사사기 또는 '까치까치' 운다고 까치가라스라 한다.

이상.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그리고 알고도 모를 우리가 세상 사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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