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공포증도 있고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난기류에 흔들거리는
터뷸런스도 질색이라서 비행기를 타는 일은 왠만하면 미루거나
포기하는데 회사 업무차 해외를 방문해야 할 때는 예외가 없다.

2001년 쯤으로 기억되는데 프로그램 개발자와 함께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참가해야 할 일이 생겼다.
내가 싫다고 해서 안갈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비행기에 올랐는데 늘 생각하던 이코노미 좌석이 아니었다.

이른바 비상구자리라고 해서 비행기 비상구 근처에 있는 좌석으로
앞쪽 공간이 트여 있어 다리를 쭉 뻗을 수도 있는 좌석이었다.
일부러 이 좌석을 정한 것을 아니었는데 운좋게도 이 좌석이
배정되었던 것이다.

공간의 넓음은 장점이겠지만 비상구 근처라 다른 좌석보도 좀 더
추워 담요가 필요한 자리였다. 이/작륙시에서 바로 맞은 편
좌석인 jump seat에 앉아 있는 승무원을 마주 봐야 하기에
조금은 겸연쩍은 상황이었지만 기내 슬리퍼 까지 챙겨주는
자상함까지 느낄 수 있었던 좌석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좌석은 비상탈출 상황에서 승무원과 함께 다른
승객의 탈출을 도와야 하는 자리이기에 어린이나 노약자는 쉽게
배정받지 못하고 건장한 남자승객에게 주로 배정되는 자리라고
하는데 그 개발자와 나는 그리 건장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남자 2명이라서 선택받게 되었나 보다.

요즘은 일부러 이 좌석을 배정받으려고 노력하는 여행객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때 그 좌석이 정말 꿀자리였는데 다시
그 좌석에 앉기가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