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지금도 IT관련 전시회로서는 최대규모인 COMDEX Show를 
참관하기 위해 회사 직원 몇명과 비행기에 올랐다.
첫번째 비행기 탑승은 90년대 중반에 일본 동경에 다녀왔었고
이번이 2번째 비행기 탑승인데 미국 LA까지 가는 여정이라 
힘들 것으로 예상되었다.

높은 직책이 아니기에 무조건 이코노미석을 배정 받아 LA로 출발하는데
말이 이코노미지 이건 영락없이 닭장에 갇힌 닭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주변환경이었다.

11시간의 비행이라는데 담배피고 싶은 마음은 어찌어찌 참았는데
좁은 공간에서의 답답함과 높은 고도로 인한 귀의 통증은 정말
참히 힘든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도저히 잠을 잘 수도 없고 해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곯아 떨어지기'
승무원에게 맥주와 양주를 번갈아 가면서 부탁해 일종의 폭탄주를
만들어 먹기로 하고 몇잔 들아켰는데도 이코노미석의 불편함을
이겨내지는 못했다.(그 당시에 양주잔으로 몇잔은 달라는 대로 주긴 했습니다.)

LA에 도착해서 담배를 피는 데 피곤함과 짜증이 몰려왔지만 별 도리가 없다.
식식거리며 담배를 피면서 속으로 이런 결심을 했다.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비즈니스 타고 다녀야지.
 다시는 이코노미석 타고 미국에 안온다'

모든 일정을 맞추고 돌아갈 때 일행중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한국으로 갈 때는 시간이 더 걸려 13시간이 넘게 걸린데'
11시간도 힘들어 죽겠는데 13시간 이상을 또 같은 고통을 견디며
돌아갈 생각에 눈물이 났지만 그저 비행기 경로와는 반대로 부는
편서풍을 원망하는 수 밖에 없었다.   

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