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등산가로 고(故) 하세가와 츠네오를 빼어 놓을 수 없다. 그가 쓴 '북벽에서 춤추다'를 소장하게 되었다. 그것도 저자 사인본을 말이다.

클라이밍이 다른 그 어떤 분야하고 다른 건  바로 우리에게 '뒷모습'을 보여준다는 거다. 뒷모습은 애써 꾸며 내기 어렵다. 거짓말 하기 어렵다. 진실이 드러난다.

등반을 함께 하는 파트너도 먼저 올라가는 이의 뒷모습에서 많은 걸 읽어 내야 한다. 고비에서 힘들어 하는지, 무서워 하는지 등등을 말이다.

클라이밍을 '수직에서의 발레'라고도 하는데, 이 두가지를 믹싱한 탁월한 표지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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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가와 츠네오는 햇볕이 한 점도 들어오지 않는 알프스의 3대 북벽(北壁) - 아이거북벽, 그랑조라스 북벽, 마터호른 북벽 - 을 1970년대 후반, 세계 최초로 동계에 그것도 단독으로 등반하며 세계 등산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979년 5월 펴낸 이 책은 9월에 벌써 4쇄 발행이다. 언젠가 듣기에 저시절 일본은 1쇄에 몇천부를 찍었다고 하니 몇달사이에 1만부를 넘은 셈이다.

책을 낼 당시에 1300엔이었는데, 일본의 헌책방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지금 어떤 책방에서는 1만엔에 팔고 있기도 한다. 

하세가와 츠네오는  '3대북벽의 단독등정'을 뜻하는 '북벽단독'라는 문구를 함께 했다. 사인을 받은 이는 '이준군강'이라고 적혀 있는데, 당시 열정적으로 활동하던 한국의 산악인이다. 'ㅁㅁ 군강(江)'은 '누구누구에게'라는 뜻이다.

하세가와 츠네오는 수통에 물대신 위스키를 넣고 오를 정도로 호쾌한 남아 스타일이라고 한다. 필체에서 그의 성정이 엿보인다.

히말라야에 있는 그의 추모 동판이다. 맨위에 피켈과 카라비너가 있다.  이게 무슨 뜻일까 싶어 조금 더 검색해보니...

살아 생전 그의 명함에도 마찬가지이다. 클라이밍은 두사람 이상이 하는 행위로,  제일 중요한 것이 둘 사이를 잇는 로프이다. 로프가 없이 다만 피켈과 카라비너가 있다는 것 역시 그가 꿈꾸는 것이 '단독등반'을 뜻하는 건 아닐까.

1979년까지의 그의 등반 리스트이다. '동계단독. 동계단독'이라는 말이 자꾸 보인다. 알프스에서 꽃핀 그의 등반력과 등반 스타일과 등반 철학이 진작부터 싹트고 키워왔던 거다.

백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

한국산악계에서 일본하면, 에베레스트를 일본 초등한 '우에무라 나오미'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언제 번역해서 이 책을 선보이고 싶다. 100일 기도삼아 하루에 한페이지씩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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