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가출 아닌 가출을 몇 번 했습니다. 어머니랑 다투고 나면 꼭 이모 집으로 갔습니다. 이모는 저의 또 다른 어머니 같은 사람입니다. 무조건적으로 저를 사랑해 주고 보듬어 주는, 너무 감사한 존재입니다. 

저는 20대 초반에 몇 년 간 바리스타 학원을 다녔습니다. 그때 학원이 이모 집과 가까워 이모 댁에서 살았습니다. 이모와 이모부 그리고 동생들에게 신세 많이 졌습니다. 이게 돈으로는 갚기 어려운 신세임을 알아서, 이모 댁 식구들에게 잘하려고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 이용할 때 이모 댁으로 뭘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작년부터 그랬던 것 같습니다. 맛있어 보이는 게 있으면 이모 댁에 보내고, 애들한테 주고 싶은 게 있으면 또 이모 댁으로 보내고. 주로 먹을 걸 보내는데, 이모 댁으로 택배를 종종 보내게 됩니다. 그동안 저를 잘 보살펴 주셔서 감사하다는 감사 인사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귀여운 뇌물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작은 걸 줘도, 이모는 늘 고맙다고 감동이라고 합니다. 선물 받은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이모를 통해 자주 실감합니다. 저도 누군가에게서 뭔가를 받으면 온 마음으로 기뻐하고 그 기쁨을 표현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고마운 사람에게 무엇으로라도 표현을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합니다. 2주 뒤면 이모 생일입니다. 오랜만에 이모에게 손 편지도 쓸까 합니다. 

어제 일기에 그런 글을 썼습니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모두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말은 우리가 살아 있을 때까지만 서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 마음을 움직이게 되네요. 가벼운 안부 인사 한두 마디 건네고, 간식 삼아 먹을 것들 조금 나누고, 이런 것들 사실 하고 나면 별거 아닌데. 하기까지 조금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망설임을 잘 떨치는 사람으로 살아야지 싶습니다. 

더 많이 베풀고 더 많이 나누고 더 많이 웃어 보이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야지.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