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 첫직장에서의 일입니다.
영업팀에서 일을 했던 제가 모시고 있던 팀장님은 술을 참 좋아하셨습니다. 
접대가 많던 시절이라 그럴 수도 있고 사람을 좋아해 직원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서 더더욱 술자리가 많았던 팀장님이셨죠. 
메이벅스에도 한번 포스팅되었던 그 팀장님입니다.

숙취로 인해 초췌한 모습으로 출근하시는 걸 보면 어제 몇시까지
그리고 무슨 술로 술자리가 이어져 갔을지 알 정도로  
전문가가 되어 갔죠. 이대로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저를 자주 찾습니다.

'OOO야 어디 외근 계획 없냐?'
한참 진행되고 있었던 영업건이 있어 자주 가야 했던 곳이 있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그곳으로 가야 했습니다. 영업이라는 게 꼭 일이
있어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상관없는데 목적은 단 하나 팀장님의
숙취를 풀어주기 위한 꿀잠때문이었죠.

차로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 '쉬고 계세요' 라고 말을 건네고
고객을 만나러 갑니다. 자주 찾는 고객이어서 어느 때 들러도
화제거리가 풍성했습니다. 제 팀장이 차에서 자고 있을 거라고는
그분은 꿈에도 몰랐겠죠.

일을 마치고 차로 돌아오면 여전히 꿈나라를 여행하고 계십니다.
이런 편의 제공이 그 팀장님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직장생활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했던 뇌물이었나 봅니다.
건강이 많이 안좋으시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아무쪼록 지난날 즐거웠던
기억들 회상하시면서 예전의 온화한 미소를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