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관련 포스팅을 하다보니 술을 빼놓고서는 글을 쓸수가 없네요.
이번 얘기도 술과 관련된 얘기입니다. 90년대 직장생활을 LG계열사에서 
했고 원래 MBC 청룡 부터 시작해 LG Twins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잠실야구장과 직장이 위치한 곳이 그렇게 멀지도 않아 직장선배들과
야구장 한번 가자는 의기투합을 하고 평일 저녁경기를 보러 가기로
결정했죠. 다들 영업하시는 분들이니 알아서 일마치고 경기장에 만나는
걸로 하고 시간이 되어 야구장 밖에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치킨에 김밥에 이저저거 저녁거리를 사는 데 문제는 경기장에서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해줄 술을 어떻게 반입하느냐였습니다.
야구장 안에서 주류를 판매하지 않기에 밖에서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야
하는데 당연히 가방 같은 것은 검사를 하기에 머리를 맞댄 결과
어느 선배님의 한마디 '안되겠다. 팩소주로 쌍권총 차'

팩소주를 납작하게 말들어 양복 바지주머니 양쪽에 넣고 입장하자는 말이었죠.
조금 어색하기는 하지만 양복 윗도리와 잘 겹치고 다른 물건 봉지로
잘 가리면 들키지 않고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이렇게 반입된 소주와 저녁 안주거리는 들뜬 야구장 분위기 때문에 금방
동이나고 그리도 나서는 야구장안에서 간식거리를 파는 아줌마를 찾게 됩니다.
'아줌마 아줌마' 목놓아 부르는 모습이 참 간절합니다. 행여나 응원소리에
묻혀 우리를 못보고 지나칠까봐 여러명이 단체로 목소리를 내며 손짓으로
그분과의 접촉을 시도합니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분들은 간식거리만 파는 것이 아니라
머리위에 얹어 있는 바구니의 밑바닥에는 소주가 감춰져 있었죠.
야구장 밖의 시세보다야 조금 비쌌지만 그래도 야구장 안에서 소주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메리트입니다.

그리고 아이스박스를 가지고 다니면서 콘종류의 아이스크림을 파는 분도
계셨는데 그분들의 투구 실력이 예술입니다. 사람이 많다 보니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물건을 건네 받기가 쉽지 않으니 멀리서 아이스크림을 
던지는데 백발백중입니다. 이런 모습도 야구장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죠.

그렇게 있는 술 없는 술 다 먹고 경기가 끝나고 나면 경기결과와 상관없이
'야 2차 가자. 어디로 갈래' 라는 말이 당연하다는 듯이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죠. 야구를 보러 가는 건지 아니면 술을 먹으로 가는 건지 모르지만
파란 잔디를 벗삼아 탁트인 야구장에서는 먹는 술은 먹어도 먹어도
취하지 않았지만 경기가 끝나고 2차까지 마시고 난 다음날은 초죽음이었죠.

이제는 야구장에서 맥주를 판매하고 있어 술을 가지고 들어갈 일은 없지만
그 당시 주류반입은 스릴이 있었습니다. 뭐든지 적당해 해야 하는데 그때
직장선배님들과의 야구장 관람은 거의 회식수준이었네요.
그때 그선배님들 보고 싶네요.

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