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안동의 한 권세있는 양반이 추석날 달맞이를 하면서 술마신 곳은 어디일까요?

지금 우리는 버드나무 아래에서 달구경하는 멋을 상상이나 할까요?

"일기를 통해 본 조선후기 사회사"는 경상도 예안의 계암 김령(1577-1641)이 1603년(27세)부터 1641(65세)까지 39년간 쓴 계암일록을 바탕으로 했다.

계암일록은 미암일기, 쇄미록과 함께 임진왜란 전후의 디테일을 보여주는 귀한 일기라고 한다. 책에는 퇴계의 학맥을 이은 소외받는 남인 세력의 입장이라는 것부터 여러 글들이 있다.

그건 그렇고. 400년 전, 상위 10퍼센트가 어떻게 돌아 다니며 놀았는지는 별관심 없고.

그중에 눈에 띠는 구절이 있어, 그는 1621년 8월 15일 이런 일기를 남긴다.

8월 15일이라 하니 이날은 추석이기 쉽겠다. 외가를 먼저 찾아 제사를 지낸 뒤에 가묘에서 제사를 지냈구나.(상세한 것은 패스)

저녁무렵에 친척과 친지들이 술병 하나씩 옆구리에 꿰어차고 모였는디, 이들은 어디에서 달맞이하며 놀았을까.

                          *사진출처

아마도 대부분  송월(松月) 그러니까 소나무와 달을 연결지으려 들 것이다. 아무 아파트나 심지어 가로수로도 소나무를 선호하고 민원까지 하는 시대이니 말이다.

김령은 이러했다.

놀랍게도 버드나무 그늘 아래에서 술을 마셨고, 이윽고 구름이 걷히고 보름달이 뜨니, 이리하여 술잔을 드니 매우 즐거웠다라고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찾기가 어려워서 그런데, 그가 본 버드나무와 달은 이랬을 것이다. 어떻게 생가하면, 거울같은 달을 버드나무가 깨끗히 빗질 하는 듯한 건 어떤 은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사진처럼 버드나무 밑에서 대충 둘러앉아 마셨을 거라고 오해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이렇게 정자에 앉아서 술을 마셨고, 정자 앞에 '아무러케나' 나고 자란 버드나무가 있었던 것. 조선 선비들은 같은 시기 일본의 에도막부와 달리, 조경에 대해 관심이 별 없었기에 소나무를 데코레이션으로 식재한다는 생각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이렇게 궁궐에도 버드나무가 깊숙히 들어와 있었다. 봄의 시작도 당연히 일본의 벚꽃이나 야산의 진달래가 아니라 버드나무였다...

조선시대 버드나무가 마을 안까지 얼마나 들어와 있는지를 보시려면--> 여기를

버드나무는 아무리 그래도 춘삼사월 연두빛 새싹이 나올 때이다.

내년에는 꼭 그때 버드나무 밑에 가서 달을 기다려 보아야겠다...~

김령은 그날 일기를 이렇게 맺는다.

서로 이끌고 이직의 집에 가서 너덧 잔을 마시고 돌아와 자리에 누우니 닭이 세번째 울었다. 2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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