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의 법칙 혹은 승진의 피라미드

아래 내용은 노스코트 파킨슨이 쓴 <파킨슨의 법칙>이란 책에서 가져온 내용이다. 노스코트 파킨슨은 이 책에서 승진의 피라미드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일은 그것을 처리하는 데 쓸 수 있는 시간만큼 늘어나게 마련이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시간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다”라는 격언은 그 사실을 잘 말해준다.

한 예로 한가한 노인은 조카한테 엽서를 쓰고 부치는 데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엽서를 찾는 데 1시간, 주소를 찾는 데 30분, 편지를 쓰는 데 1시간 15분을 쓴다. 그리고 엽서를 부치러 나가는 길에 우산을 들고 갈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느라 20분을 보낸다.

직원 수와 업무량은 아무 관련이 없다

이처럼 일하는 시간, 특히 서류 업무에 드는 시간은 충분히 조절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수행해야 할 일과 그 일을 맡을 직원의 수는 관련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는 점도 명백해질 것이다. 실제로 하는 일이 적다고 해서 반드시 시간이 남아도는 것도 아니고 빈둥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공무원 수와 업무량은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첫째, 관리자는 부하직원을 늘리려 하는 반면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둘째, 관리자는 서로를 위해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첫 번째 요인에 대해서 살펴보자. A라는 공무원은 과로 상태(진짜 과로상태인지 나이를 먹어서 나타나는 에너지 저하인지 중요하지 않다)에서 벗어날 방법은 세 가지다. 사표를 쓰거나 동료인 B에게 협조를 구하거나 업무 보조를 위해 C와 D를 부하직원으로 두는 것이다. 하지만 세 번째 이외의 방법을 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직을 하면 연금을 받을 수 없다. 그렇다고 B와 함께 일하면 후에 상관 W가 퇴직하여 승진 자리가 났을 때 B가 경쟁자로 돌변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C와 D를 부하직원으로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2명의 부하직원을 두면 A의 지위가 보다 확고해질 뿐만 아니라, 업무를 두 범주로 나누어 C와 D에게 분담시킴으로써 두 가지 업무를 모두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는 이점도 얻게 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A가 C와 D 2명의 부하직원을 둬야 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C만을 임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C만 임용할 경우 A는 C와 자신의 업무를 분담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A에게 C는 사실상 동료 B와 똑같은 상대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하직원은 반드시 2명 이상을 두어 서로 견제하고 서열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C가 일이 너무 많다고 불평할 것이다. 그러면 A는 C의 말을 인정한 다음 C의 업무를 보조할 2명의 직원을 두라고 충고할 것이다. 그러면 C는 D와의 불화를 막기 위해 그에게도 2명의 보조원을 두라고 제안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E, F, G, H를 충원하고 나면 A의 승진은 불을 보듯 자명한 사실이 된다.

결국 예전에 한 사람이 하던 일을 이제는 7명이 하는 셈이다. 바로 이 상황에서 두 번째 요인이 작동한다. 7명은 서로를 위해 엄청나게 많은 일거리를 만들어내어 모두가 충분한 업무를 맡게 된다. 실제로 A는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한다.

이들 7명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살펴보자. 일단 서류가 접수되면 7명 모두 차례로 열람한다. 우선 서류를 접수한 E가 그 서류 담당이 F라고 결정하면 F는 답신 초안을 작성하여 C에게 제출할 것이다. 그러면 C가 그것을 대폭 수정한 후 D에게 조언을 구하고 D는 부하직원 G에게 그것을 처리하도록 맡길 것이다. 하지만 G가 마침 휴가 중이어서 서류가 H에게 그대로 전달되면 H가 수정안을 작성하여 D의 결재를 받고 C에게 전달한다. C는 그것을 토대로 자신의 기안을 수정해서 새롭게 완성된 답신을 A에게 제출한다.

그렇다면 A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사실 A는 온갖 문제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제출된 서류를 읽어보지도 않고 결재한다고 해도 변명할 여지는 충분하다.

그는 내년에 W의 자리로 승진될 것이기 때문에 C와 D 중에서 누구를 후임자로 지명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한편으로 그는 요건이 안 된다는 이유로 G의 휴가 신청을 기각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G 대신 H에게 병가를 내주었는데 그게 올바른 결정인지도 고민거리다. H는 최근 내내 창백해 보였는데, 그 이유가 가정 문제 하나만은 아닌 것 같았다. 다음으로 정기 대회 기간 동안 F에게 특별급여를 지급할지 여부와 E를 연금관리부로 지원 파견하는 문제도 결정해야 한다. 또한 A는 D가 유부녀인 타자원과 사랑에 빠졌고, G와 F는 서로 말도 안 하는 사이인데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문제에 신경 쓰느라 A는 C가 올린 기안을 그대로 결재하여 일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는 천성이 성실한 사람이어서, 직원이 늘어나서 생기는 문제로 인해 고민이 많더라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는다. 그는 기안을 주의 깊게 검토한 후 C와 H가 덧붙인 복잡한 문장을 삭제하고 그나마 똑똑한 F가 맨 처음 작성한 대로 고쳐놓는다. 그리고 도대체 요즘 젊은이들은 문법에 맞는 글을 쓸 줄 모른다고 한탄하며 문장을 다듬는다.

결국 6명의 부하직원이 생겨나기 전에 그가 작성했을 법한 답신이 완성되었다. 똑같은 결과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빈둥거린 사람은 없었다. 모든 구성원이 최선을 다했다.

☞ 정말 재밌는 이야기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파킨슨 법칙은 바로 이것이다. 이 외에도 파킨슨 법칙은 많이 있다. 이 책 속에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공무원 조직만이 아니라 큰 회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결국 원래 한 명이 할 것을 여러 사람이 나누어 하지만 답은 원래 할 사람이 했으면 쉽게 나올 답이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빈둥거린 사람은 없다.

우리 공무원 사회를 보면 다들 바쁘다고 난리다. 그런데 정작 좋은 정책이나 해결책이 신속하게 나오는 때가 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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