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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미가 아름다운 영화, 블라인드!
두 남녀의 사랑을 담은 영화다.
나는 마리라는 인물에 초점을 두며 봤다. 루벤의 사랑은 순수하지만 마리에게는 부정적인 감정이 더 강하다. 하지만 그녀가 왜 그랬는지를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말하자면
앞을 보지 못하는 20대 초반의 남자 루벤과 책 읽어주는 30대 후반의 여자 마리.
마리는 얼굴과 손에 흉터가 많고 거울을 검은 천으로 가려 버리는 행동으로 보아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그래서 앞을 보지 못하는 루벤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루벤은 책 읽어주는 마리의 목소리에 묘하게 끌렸다. 그녀의 모습이 궁금했고 알고 싶어 졌다. 그래서 묻는다. 마리는 자신을 21살의 빨간 머리를 가진 아가씨로 묘사했다. 앞을 볼 수 없는 루벤에게 거짓말로 둘러댄 것이다. 루벤은 어머니에게 사실이냐고 묻자 아들이 마리로 인해 밝아지는 것을 보고 마리의 거짓말을 모른 체해준다. 아들만 행복해질 수 있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어머니의 건강은 점점 나빠지고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가까워져 깊은 연인으로 변한다.
어머니는 아들과 마리의 사이를 걱정하던 참에 루벤이 수술로 시력만 되찾을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된다. 루벤이 시력만 되찾으면 마리와의 관계도 끝나리라 믿었다. 앞만 볼 수 있다면 자기 또래의 아름다운 여자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마리에 대한 마음도 변하리라 믿었다. 눈먼 사랑이라고.
그러나 마리에겐 루벤이 수술로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건 그리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나이도 많고 흉터투성이인 자신의 민낯을 보게 된다면 외면당할 거란 생각에 두려웠다.
루벤이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하자 마리는 편지 한 장만을 어머니에게 남기고 자취를 감춘다. 건강이 악화된 어머니는 루벤의 수술 결과를 보지 못하고 숨을 거둔다.
수술에 성공하여 앞을 볼 수 있다는 현실과는 달리 사랑하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없고 마리가 떠난 사실을 알게 된 루벤은 혼자가 되어 행복하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에도 마음은 앞을 보지 못했던 때보다 더 불행했다. 그녀를 찾으려고 수소문해봐도 그녀를 찾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고 도서관에서 우연히 스친 직원에게서 마리의 냄새를 맡게 된다. 그녀는 빨간 머리도 21살의 아가씨도 아니었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그녀가 마리라는 걸 확신하게 된다. 루벤은 그녀의 모습에 놀랐다. 그녀는 놀라는 루벤의 모습을 보고 자신을 예전처럼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여긴다.
마리는 어려서부터 부모의 사랑을 온전히 받지 못하고 학대받으며 자랐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 결여되어 있고 타인의 마음을 받아들임에서도 결핍되어 있다. 자신의 모습을 루벤이 다 보고 사랑해 줄 수 없을 거란 깊은 불신이 자리했다. 앞이 보지 않을 때는 자신이 21살의 예쁜 아가씨였기에 사랑해 줄 수 있었지만, 지금의 모습을 본 이상 루벤의 사랑은 전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건 동화 속에나 있는 이야기라고 말이다.
순수한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손끝으로 느낀 루벤의 사랑만이 가장 진실한 사랑이었다고 마리는 이야기하고 있다.
단지 보이고 보이지 않는 것으로 사람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사랑을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분리할 수는 없다. 왜 보이는 것을 외면하고 보이지 않는 것에만 치중하려 하는 것인가?
보이지 않고, 느끼지 못하고 만질 수 없는 것에도 진실과 거짓은 있다.
루벤은 순수했다. 순수하지 못한 건 마리 자신이다. 어머니는 앞을 보지 못하는 루벤이 마리를 사랑하는 건 눈먼 사랑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마리의 사랑은 거짓된 사랑이다.
그녀는 루벤이 앞을 못 본다는 약점을 이용해 거짓말을 했다. 루벤이 그녀를 21살로 알게 하고 빨간 머리색을 가진 아가씨로 알게 만들었다. 루벤은 지금의 그녀가 아닌 그녀가 거짓말한 아가씨를 사랑한 것이다. 거짓 캐릭터를 만들어 루벤을 기만한 건 마리 자신이다. 그런데 어떻게 루벤의 눈에 보이는 사랑을 온전히 원할 수 있단 말인가. 진실을 말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루벤은 앞이 깜깜할 때도 앞이 보이는 지금 순간에도 그녀를 원했다. 루벤이 앞이 안 보일 때는 마리는 거짓말로 숨었고, 루벤이 앞이 보일 때는 그녀는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지 못하는 자기 부정과 피해 의식에 갇혀 있다. 세상과 맞설 용기를 내놓지 못하는 건 루벤이 아니라 마리다. 자신의 피해 의식 때문에 보이는 루벤의 사랑을 순수하지 못하다고 말할 자격이 그녀에게 있을까 반감이 생긴다. 상처가 많은 사람은 항상 피해의식에 젖어 있다. 마리는 루벤의 사랑을 의심하기 전에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연습을 해야 할 인물로 보인다.
사과가 먼저야 했다. '널 속였어 난 21살이 아니라고.
지금 보이는 게 내 모습이다. 용서할 수 있겠니? 이런 날 사랑해 줄 수 있겠니?' 하고 말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고 남의 시선을 회피하면서 어찌 타인의 사랑을 요구할 수 있단 말인가? 세상 밖으로 나와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할 것 같다. 루벤의 마지막 선택이 너무 가슴 아프다. 어른들의 거짓된 세상에서 순수한 사랑이 비난받은 것 같다. 어른들의 편견으로 인해 순수한 마음이 다친 것만 같다.
어른들이 사는 세상이 온통 거짓뿐이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마리가 루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지금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끼게 해주면 될 일이다. 보이는 것에 얽매여 사는 건 루벤이 아니라 마리 자신이라는 거다. 마리는 루벤을 상처 받게 하는 것도 모자라 다시 어둠 속에 가두어 버리고 만다.
정작 자신들은 사랑을 담을 그릇도 못 가져놓고 루벤에게 진실한 사랑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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