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 김정섭 형제들은 히말라야 14좌 중의 하나인 마나슬루를 목표로 삼아 세차례 원정을 떠난다. 그 와중에 형제들과 많은 셀파들이 죽으며 비극으로 끝난다. 그 내용을 담아 '집념의 마나슬루'를 펴낸 김정섭은 또다른 책으로 '등산과 우표'(1980)도 냈다.

이 책은 의외로 산악계에 알려져 있지 않은 걸로 보이는데, 오늘 문득 펼쳐보니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재미'라는 관점으로 표지를 모셔온다.

한때 역삼동에 산악도서관이 있었다. 그곳에서 이 책의 존재를 처음 알고서는 오매불망 소장을 기다려 왔다. 결국 구입에 성공했으나, 먼지도 못털고 서고로 직행했다. 오늘 우연히 펴보니 언제 구입한줄도 모르겠다.  의외로 재미가 쏠쏠하다는 걸 알게 된다.

등산관련 우표의 컬렉션은 우표 수집가 김광재의 것인데, 1980년을 감안 깊이와 넓이가 놀랍기 그지없다.  김정섭은 심도있는 해설을 맡았다. 표지 하단의 우표로부터 시작해본다.

1은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2는 스위스에서 본 마터호른인데 색감이나 도안이 너무 근사하다. 발행일은 1965년 6월 1일이다. 갖고 싶다. 3은  'Alpinisme'이 프랑스어인 걸 보면 프랑스 공화국의 것으로 이 역시 너무 멋있다.

놀랍게도 1956년 7월 7일 발행한 '스포츠 시리즈 4종 중 록클라이밍이라고 한다.1956년이면 우리가 그리도 좋아하는 프랑스파 고산 등반가인 가스통 레뷔파, 리오넬 테레이 등등의 시대라는 것. 이들의 책은 한국에도 소개되어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1은 알프스 연안의 산마리노 공국(?)의 것으로 자일하강의 모습을 담았다. 이건 많이 발행되었는지 등산박물관에도 예전에 들어 오셨다. 3은 미국의 맥킨리(지금은 데날리)라고 한다.

그리고 2는 1956년 마나슬루 초등 기념한 일본의 우표이다.  한눈에 보아도 딱 일본풍의 도안이다.

덧붙여 1)

산악계에 등산우표의 대표적인 컬렉터는 산악전문 출판사인 수문출판사 대표 이수용인데, 그의 컬렉션의 전모는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는 걸로 추측된다. 이 책에 실린 것과 이수용의 것을 합치면 어디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덧붙여 2) 김정섭의 서문 '우표를 통한 산악운동'의 서두를 보자. 명문장이다.

"근대 등산이란 의미는 보다 깊은데 있다.
막연히 산길을 가기 위해 고개를 넘는 산의 여행자나, 산의 풍치에 쏠려 구경하는 관광객, 단순히 어떤 학술적인 목적으로 한 과학자의 등산 등은, 근대 등반의 의미에 있어서의 등산가와 구별지으려는 경향이 있다.

산정과  그 높이를 찾아서 험준한 계곡과 암벽을 타면서 산의 험란을 끈기있게 극복해,
더 높은 산으로 끊임없이  향해가는 산악운동을  진실한 의미에서 현대의 등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취미의 등산이라기보다 스포츠의 등산이 더욱 적절한 표현이라 하겠다...."

등산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