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래향과 행운목

예전에 문득 길을 가다가 맡아 본 야래향의 향기에 취해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집에서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랬는데 친구랑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길에 시장언저리에 세워진 트럭에서 조그마한 야래향을 파는 것을 보고 3000원인가를 주고 사와서는 집에서 키워보았습니다. 

매력적인 야래향의 꽃향기를 기대하며 화분도 조금 큰 걸로 갈아주고 시골에서 흙도 가져와서 새로 분갈이를 했습니다. 관리를 잘 못 해서 시들기도 하고 잎이 노랗게 마르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조그마한 꽃 망울을 터트리면서 꽃을 피우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것은 그 향기였습니다. 신비로운 듯하면서도 은은하게 공간을 채우는 매력적인 향기는 무언가 위로 받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시들더니 결국은 죽어버렸습니다. 그 다음 봄에 다시 이번에는 신경을 쓰서 잘 키워봐야지 하는 다짐과 함께 다시 사서 키워봤지만 같은 과정의 반복이었습니다. 여름에 꽃을 피우고 잠깐 향기를 내뿜더니 가을 지나고 겨울에 역시…….

그 매력적인 향기에 취해 잘 키워보려고 했는데 이게 화분에서 키우는 것은 또 다른가 봅니다. 시골에서는 화단이나 텃밭에 심어 놓은 꽃들과 나무들은 특별히 신경을 안 쓰도 지들이 알아서 잘만 자라던데 화분에서 키우는 것은 세심한 신경과 관리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야래향을 보내고 집에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없어 생기가 너무 없어 보여서 물에만 담가두면 잘 자란다는 행운목을 세 개 들였습니다. 지금이 이년 째인가 싶은데 세 개중에 하나는 이미 죽어버렸고 남은 두 개중에 하나는 어찌어찌 사는 것 같은데 나머지 하나는 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시들고 있는 중입니다. 죽어버린 나무가 죽기 전에 저런 모습을 보였는데 어찌될까 싶네요...

솜씨 좋은 분들이라면 야래향을 한 번 키워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실패했지만 여름밤에 공간을 가득 채우며 다가오는 신비하고 은은한 향기는 충분히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잘 자라면 좋으련만...

집에 생기가 너무 없어서 살아있는 무언가를 들여놓고 싶은데 동물은 너무 힘든 것 같고 그나마 만만(?)한 식물을 들여서 키워봤는데 자꾸 죽어버리니 뭘 다시 들이기가 참...

억수로빠른 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