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2회차....

인연이 깊은 숫자...2

군을 전역하던 해 가을 쯤 해서 운전면허 시험을 봤습니다. 나중에 일이 있으면 트럭도 운전 할 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1종 보통으로 학원에 등록해서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필기시험에서 떨어질 줄이야...2종 보통이면 합격할 점수였는데 1종보통에는 못 미치는 점수였습니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너무 만만히 본 탓일까요? 학교에 다니면서 틈틈이 도서관에서 필기 문제집을 붙들고 한1주일여를 씨름하고 난 후 다시 본 시험에서는 다행히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코스 시험에서도 첫 번째는 떨어지고 두 번째 시험에서 붙고, 도로주행에서도 처음에는 떨어지고 두 번째 시험에서는 붙고...한 번에 바로 합격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1종보통면허를 손에 쥐었지만 지금 껏 트럭을 운전해본 적은 없습니다. 승용차만 줄 곧 운전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오토로만....그러고 보니 고등학교도 졸업을 하고 이래저래 보낸 시간이 3년 정도 ...그러고 나서 대학에를 들어가다 보니 시간상으로는 고등학교도 두 번 다닌 격이었고, 대학을 졸업하고 준비하던 시험도 합격하지는 못했지만 대학을 다시 다닌 만큼의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두 번이라는 것이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도 두 번, 대학교도 두 번 다닐 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인생의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직업의 특성상 관공서에 각종 서류 때문에 가야될 일이 많은데 신청한 서류가 한 번에 접수되어서 처리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서류를 신청 할 때 꼼꼼히 살핀다고 하는 데에도 빠진 구석이 있거나 규정이 바뀌었거나 저번 담당자와는 달리 말하는 담당자 때문에 꼭 두 번에 걸쳐서 신청을 해야 접수가 되거나 처리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보니 이제는 포기하고 한 번에 처리가 되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남들은 한 번사는 인생이라도 인생 2회차인 것처럼 능숙하게 살아가는 것 같은데 저는 한 번 사는 인생인데도 두 번을 살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 같아서 이게 운명이나 팔자인 것인지 싶기도 하면서 이제는 웬만한 첫 번째 시도나 도전에서 실패를 하더라도 그러려니 하는 편입니다.

물론 살아가면서 남들과 비교하거나 나보다 더 나은 인생을 선망하거나 하는 것은 아닌데 남들과 비슷한 수명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남들은 한 번만 해도 되는 과정을 두 번을 겪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두 번 사는 인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들보다 두배의 수명으로 사는 것도 아니다 보니 나는 절반의 인생만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까지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일까요? 남들이 하는 노력의 반만큼만 투자를 하고 온전한 것을 바라는 과한 욕심을 부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주위 여건이나 환경이 받쳐주질 않았던 경우도 있는 것을 보면 또 그것도 다가 아닌 것 같고...

아무튼 두 번을 살아야 다른 사람들이 한 번 사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내는 사람의 넋두리였습니다. 다행인 것은 군대는 두 번을 가지 않고 한 번으로 끝냈다는 것입니다. 제 입대하는 악몽(?)은 많이 꾸었지만...

억수로빠른 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