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 집에 가면 파스타 위에 소복하게 올려 주는 치즈가 있습니다. 시판되는 파마산 치즈를 뿌려 주는 곳도 있지만, 실제 파마산 치즈나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강판에 갈아서 파스타 위에 뿌려 주는 곳도 있습니다. 

치즈를 갈아 먹겠다고 강판을 사 놓고 3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에는 입에 익숙한 치즈들만 먹다가, 이번에 크림치즈를 주문하며 그라나 파다노 치즈도 주문해 보았습니다.

딴딴한 치즈를 보고 경성 치즈라 하고 물렁한 치즈를 보고 연성 치즈라 합니다. 그라나 파다노 치즈는 경성 치즈입니다. 단단하기가 보통 단단한 게 아닙니다. 하지만 강판에 갈면 별 무리 없이 갈리죠.

저는 파스타를 좋아합니다. 리조또도 좋아합니다. 피자도 좋아하구요. 웬만한 서양식은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저는 향신료가 강한 음식은 잘 먹지 못합니다. 그래서 동남아나 중국에 가면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만 먹고 살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 거기서 살아야 한다면 입맛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요.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뜯으면 쿰쿰한 냄새가 확 들이칩니다. 발효가 잘 된 치즈의 좋은 냄새가 납니다. 치즈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는 꼬린내겠지만요. 그라나 파다노나 파마산 치즈는 막상 갈아 놓으면 그다지 강한 맛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입문용으로 먹기 좋다고 생각됩니다. 맛을 느끼려면 아주 많이 뿌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샐러드 같은 데 치즈 갈아 넣을 때는 그렇게 수북하게 치즈를 올리나 봅니다. 

집에 남아 있는 채소들과 크림으로 간단히 리조또를 만들고 그 위에 치즈를 갈아 넣었는데, 아무래도 저것보다는 대여섯 배 더 갈아 넣어야 맛이 풍부하게 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신선한 치즈 풍미가 느껴져서 리조또 맛이 몇 배는 올라간 것 같습니다. 사실 좋은 크림, 버터, 치즈를 쓰면 웬만한 서양식은 맛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것 같습니다. 하기야 식재료가 좋으면 어떤 풍의 음식이든 웬만큼은 맛을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날씨가 추우니 자꾸 따뜻한 음식을 찾게 됩니다. 오늘은 모처럼 하늘이 맑습니다. 저녁에 뭘 먹을까 생각하며, 오전의 한편에서 잠시 한눈을 팝니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