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0개월쯤 된 것 같습니다. 간헐적 단식 초기에는 홍차로 아침 식사를 대신했는데, 차 종류도 단식을 어느 정도 방해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지금은 아침 식사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침 식사는 홍차와 발효 빵 그리고 치즈나 크림으로 하는 아침 식사였습니다. 물론 평생 먹을 음식을 골라야 한다면 저는 고민할 것도 없이 한식을 고르겠지만, 한식은 자주 먹으니까요. 가끔 홍차와 빵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나면, 정신적으로도 포만감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요즘도 발효 빵을 굽습니다. 아마 이변이 없는 한은 평생 발효 빵을 구우며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효모를 키우는 입장이라, 효모로 뭐든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술을 매주 담지는 않으니, 술 담는 데 효모를 다 소비하기는 어렵구요. 사실 빵 만드는 게 여전히 재미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커피보다 홍차가 좋습니다. 커피 때문에 몇 날 밤을 꼴딱 새고 났더니, 커피 쪽으로는 고개도 돌아가지 않습니다. 몸이란 게 참 신기하네요. 커피 없으면 못 살 줄 알았고 일도 잘 못할 줄 알았는데, 지금 커피 없이 너무 잘 지내고 있거든요. 요즘은 오후에 홍차를 마셔도 엷은 카페인 기운 때문에 잠을 설치니, 홍차도 자주 마시지는 못하지만, 주말에는 정오 전후로 홍차를 한 잔씩 마십니다. 금단의 영역에 들어서는 기분으로요. 또 잠 못 자는 건 아닌가 조금 걱정스러울 때도 있지만, 막상 차를 마시고 있는 동안에는 즐겁기만 합니다.

저는 얼그레이 홍차를 가장 좋아합니다. 영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아마드라는 회사에서 판매하는 얼그레이 홍차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동안 약 7-8가지 종류의 홍차를 마셔 보았는데, 아직도 얼그레이 홍차가 왕좌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겨울입니다. 차 한 잔 마시며 한 해의 궤적을 되돌아보기 좋은 나날들입니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