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선생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항상 친절하게 좋은 말로 가르쳐주신 초등학교 3학년때 담임이셨던 여 선생님

자세히 기억에 나진 않지만 아마 그때 30대 초 중반 쯤이셨던 것 같은데 ...

화를 내시거나 체벌의 기억이 없으셨던 학창 시절의 유일한 선생님으로 생각납니다.

그때의 같은 반 아이들이 누구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담임 선생님이 기억나는 걸 보면 제게 특별한 분이셨던 것은 분명합니다.

선생님이라고 어찌 철부지 열살 아이들을 상대하면서 때로 화나고 답답하고

속상하고 견디기 쉽지 않은 일이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선생님은 화를 내거나 욕을 하거나 목소리도 크게 높이지도 않고

온화하게 설명하고 기댜려주셨던 듯합니다.

그러니 제 기억속에 선생님이 화를 내고 매를 들던 기억이 없는 것이겠지요.

선생님은 아마 그 당시 교사 작품 경시대회 같은 것에 닥종이 인형을 만들어

출품하셨던 듯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회에서 상을 받으셨다면서 반 학생들에게 선물을 주셨습니다.

무엇을 먹기도 한 것 같은데 그것은 잘 생각이 나질 않고 학급 학생들을 위해

배구공과 축구공을 몇개 사주셨지요.

공도 귀해서 마음껏 갖고 놀기도 어렵던 시기였는데 남자 아이들은 신이나서

쉬는 시간, 점심 시간, 방과 후 이렇게 틈만 나면 공을 차고 놀았습니다.

당시에는 그리 고마운 줄도 모르고 즐겁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생각해보니 선생님의 마음이 전해져서 나이 먹도록 남아있습니다.

아마 마음놓고 신나게 공을 차는 우리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도 즐거우셨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선생님은 아마 철없고 청결하지도 않고 자기밖에 생각못하는 아이들일지라도

친절하게 가르치고 기다리며 묵묵히 사랑하셨던 것이라는 것을 나이 먹어서야

깨닫게 됩니다.

얼마전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서 서로들 소식을 물어도 아는 친구들이 없어

아쉽지만 혹시라도 기회가 되면 한번 뵙고 옛일을 추억하며 감사의 절을

올리고 싶습니다.

jus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