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서 달을 보았다. 정해진 시간만 되면 어김없이 하늘에 나타나는 달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 한편이 정결해진다. 어김없는 사람이 된다는 게 뭔 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어김없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생각은 그 반대의 생각들을 줄줄이 일으킨다. 어김이 좀 있으면 어떠냐는 생각, 사람이 어김이 좀 있고 해야 인간적이라는 생각, 등등.

해가 바뀌었고 설도 지났으니 이제 완연히 2020년이 되었다. 신년 소망은 특별히 없었다. 언제부턴가 소원을 빌지 않는다. 이만하면 다 이루어졌다, 라고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포근해지거나 따뜻해지는데 자족에서 오는 그 평안함은 실제로 감미롭다. 안주와 자족은 얼마나 비슷하면서도 다른가. 

연초에 사람들이 좋은 일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그런 막연한 소망은 사실 가장 구체적인 현실 쪽을 향하고 있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