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 성룡 이연걸

한 때 이소룡이 우리네 형, 오빠 삼촌의 우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더랬다. 절권도의 교본을 보고 쌍절곤 꽤나 흔들면서 엄지로 코를 훔치면서 내지르는 일성 ‘아~뵤’, 이 소룡을 처음 본 것은 어린 시절 명절 특선 영화로 방송되었던 ‘용쟁호투’에서였다. 상의를 탈의한 체 활배근이 날개처럼 돋아난 모습으로 적들을 때려눕히는 모습은 남자아이들에게는 우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는 영웅이었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그의 액션은 비장하고 엄숙했으며 소영웅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존에 홍콩 액션 영화에서 보여주는 칼, 창 등 무기를 들고 싸우는 모습에서 벗어나 맨손, 맨몸 액션을 보여주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노란 체육복도 그의 빠른 액션을 카메라가 제대로 잡아내지 못해서 관객들에게 좀 더 자세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착용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 만큼 그의 몸짓은 빠르고 강력했으며 그가 그리는 캐릭터의 모습은 강하고 파괴적이며 비장하고 엄숙하며 진지한 영웅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30대에 갑자기 사망해버린 이소룡의 빈자리에 아쉬워하고 있을 때 그 빈자리를 다른 모습으로 채워준 배우가 성룡 형님 되시겠다. 한국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도 나온다. 이소룡에서 성룡으로 세대교체가 되면서 그들을 추종하는 세대들도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모습이...

성룡은 이소룡과는 다른 액션과 캐릭터를 선보인다. 그의 액션에는 웃음이 있다. 천편일률적인 영웅 캐릭터에서 벗어나 그들도 맞으면 아픈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을 낯설게 사용해 적들과 맞서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재미를 주며 무성영화 시절 배우들의 슬랩스틱 개그 코드를 차용해 액션과 적절히 버무리면서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성룡표 액션을 만들었다.

그의 액션은 빠르면서도 아기자기하게 잘 짜여져 있고 싸우다가 밀리면 도망가는 인간적인 모습이다. 또 수련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또 하나의 구경거리가 된다. 몸을 사리지 않는 스턴트 모습과 어린 팬들을 위해서 가급적이면 잔인한 장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총을 들고 나오지만 그의 진정한 액션은 맨몸으로 적과 싸우면서 맞으면 아파하고 밀리면 도망가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남아당자강’이라는 황비홍의 영화음악이 지금은 거의 쿵푸영화의 대표적인 영화음악으로 우리의 뇌리에 남아있는 것은 이연걸이라는 배우의 등장과 함께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변발을 한 체 선해 보이는 눈으로 홀로 서서 적을 맞서는 모습은 그 이전 홍콩 액션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캐릭터의 모습이었다.

실제로 쿵푸경연대회에서 몇 년간 연속으로 우승할 만큼 그의 무술실력은 탄탄하고 그 모습을 스크린에서 보여준다. 덕분에 우리는 그의 몸에서 펼쳐지는 진정한 쿵푸의 모습을 음미할 수 있으며 그의 손짓 한번 발걸음 한번에서 조차도 고수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정확한 그의 동작과, 그 동작과 몸짓에서 보여지는 선의 모습은 아름답다 못해서 우아해 보이고 또 고고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소룡의 액션은 비장미가 있다면 성룡은 골계미가 있고, 이연걸의 액션은 우아미가 있다는 것으로 요약하자면 비약일까? 모두 자기만의 액션으로 뚜렷한 개성을 보이면서 영화사에 족적을 남긴 그들 다음으로 또 어떤 스타가 그들만큼의 네임밸류를 가지면서 새로운 액션을 보여줄지를 기대하면서 기다려본다.

적어놓고 보니까 조금 뜬금없다 생각되기도 하네요. 반백수(?)생활을 하다가 예전에 본 영화들이 생각나서 한 번 적어보았더랬습니다.

억수로빠른 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