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60대 남자가 오늘 수술을 했다.

이 남자 상남자였다.

씨족마을인 처가에 매년 가서 친척들과 싸움을 했던 남자

그랬던 그가

어느날 사업에 실패하고 빚을 갚지 못하고 부도가 나고 파산한 후 

국세청으로부터 십수년간 경제활동을 제약받았다.

가정주부로만 살던 아내는 남편 대신 요양보호사가 되어 일했다.

하루도 아내를 구박하지 않는 날이 없었고,

고집은 하늘을 찌르던 그가

전업주부가 되었다.

평소에도 일중독이었던 이 남자,

하루종일 가사일에도 중독되었다.

고구마를 굽고, 누룽지를 만든다.

아내를 위해 출퇴근을 도와주고

퇴근한 아내에게는 손 하나 까딱하지 말라고 하면서,

설겆이든, 청소든 자기 손으로 다 한다.

"사랑은 봉사하는 것이란 걸 왜 진작 몰랐을까요?"

이 남자 정말 변해도 너무 다르게 변했다.

며칠 전 왼손 등에 상처를 입고 병원에 혼자 갔다.

일하는 아내에게는 알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마침 퇴근해야되는 시간이어서 어쩔 수 없이 아내에게 치료를 마치고 갈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병원에서는 당장 수술을 해 줄 수 없고,

코로나19검사를 마치고 수술을 해야한다고 해서

3일 뒤인 오늘에야 수술을 받았다.

극구 혼자서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겠다는 남편을 조르고, 졸라서 아내가 동행했다.

"수술 중에 옷이라도 지키고 있겠다"면서

수술 후에 한 번 더 사진을 찍어서 수술이 잘 되었는 지 확인해야되니 병원에서 기다린다.

다행히 병원 안에 카페가 있어서 

60대 부부는 강제로(?) 5시간동안 카페에서 데이트를 한다.

일하지 않고 일중독인 남편과 강제로 둘이서 카페에 있어야한다니......

아내는....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

부부는 이래서 같이 사는가 보다.

sdjo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