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식탁엔 찬송이 있다.

치매로 기억이 없으시지만, 늘 부르던 노래는 기억을 하신다.

시집 와서 고된 시집살이에 지쳐있다가 교회로 가셨는데,

교회에 간다고 시집에서 쫓겨나 화전민이 되셨다.

"내 많이도 울었다" 하시며, 수저도 하나 없이 산 속으로 들어가 살았다고 하신다.

그렇게 울며 불렀던 노래이니 절대 잊지 못하시겠지.

아내는 식탁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느라 도마 위에 칼질을 한다.

탁탁탁탁......

그 장단에 맞춰 어머니의 발톱을 깍아드린다.

엄지발가락과 새끼발가락은 너무 굵게 자란다.

가장 큰 손톱깍기로 한 번에 깍을 수 없어서 비스듬히 깍아내야한다.

날 낳으실 때, 한 여름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시다가 산통이 와서 집까지 와서 날 낳았단다.

할머니는 무서워 탯줄도 잘라주지 않아서,

직접 가위로 탯줄을 잘랐다고 하신다.

할머니 왈, "아이구 독해데이, 아이구 독하데이" 하셨단다.

어머니 주소지가 청도로 되어있어서

4월 10일에 동사무소 유호파출소에서 동네로 와서

생계비지원작업을 한다고 모시고 내려가봐야할 것 같다.

국가가 효도를 하는 셈인가?

어머니는 국민연금도 받으신다. 

동네 이장이 국민연금을 가입하라고 해서 1년도 넣지 않으시고 연금을 받으신 케이스다.

5개월만에 동네주민들을 만나실 수 있다고 하니 빙그레 웃으신다.

지금 살아있는 4형제 외에 나보다 4년 앞선 형이 있었다고 한다.

너무나 착하고 똑똑한 아들이었는데, 4살 때 하늘나라로 갔다고 한다.

그래서 작정하시고 하나 더 낳은 아들이 늦둥이 막내 나라고 하신다.

"내가 널 낳아서 노년에 이렇게 봉양을 받네" 하신다.

어머니는 오늘은 아무 핑계 없이 주간보호센터로 잘 가셨다.

4월 10일이 내일인지 모레인지 모르지만, 고향 청도에 가실 수 있다는 희망으로 웃으시면서.

sdjo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