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음식 돌리도!!!

(4월의 제철 음식)

코로나 바이러스로 집안에만 갇혀 지냈던 3월이 지나고 4월이 왔지만 이 놈의 바이러스는 언제 끝나려는지 한국에서 어느 정도 잡혀 가니까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발광을 하고 있다. 범세계적인 전쟁 상황이다. 상황이 심각한 국면이지만 그래도 사람은 먹어야 살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왕 먹을 거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면 이 시국에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리라.

3월이면 맑고 깨끗한 지하수를 끌어 올려 키운 미나리가 생각이 난다. 향긋한 봄기운을 머금은 미나리는 생으로 무쳐 먹어도 맛있고, 살짝 데쳐서 간장이랑 참기름 등등으로 무쳐낸 나물도 괜찮고, 밀가루 반죽으로 지져낸 미나리전은 고소한 맛과 향긋한 미나리향의 조합은 온 몸으로 봄을 느끼게 해 준다. 또 삼겹살을 구워 미나리와 함께 먹을 때면 고기와 함께 어우러지는 미나리의 향과 맛이 일품이다. 미나리를 나물이나 전으로 먹는 것은 집에서도 가능하지만 삼겹살과 함께 먹기에는 준비과정과 뒤처리도 여의치 않고 또 핑계 김에 봄 마중을 위해서 야외로 나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삶의 소소한 이벤트도 되고...

미나리를 통해 봄을 느껴보고 싶은 기대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산산조각이 났다. 자고로 맛있는 음식을 찾아 식도락 여행을 할라치면 음식이 있는 장소로 찾아가면서 먼저 자연이 주는 봄기운을 눈으로 먼저 받아들이고 마음을 정화하고 힐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음식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지고 몸도 마음도 알게 모르게 음식을 최대한 맛있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준비 된 몸과 마음으로 봄기운을 한껏 머금은 미나리와 삼겹살을 받아들이면서 우리는 봄을 맞이하고 또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생동감이 넘치는 에너지를 공급하고 그 에너지로 내일을 살아간다.

그런데 이런 한 기대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아직 여러 군데 의외의 복병들이 존재하지만 이제는 감염자 수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는 것 같고 해서 이미 물 건너간 3월의 미나리에 대한 미련은 접어두고 이번 4월 달에는 주꾸미를 기대해 본다.

알이 통통하게 올라온 주꾸미를 육수에 살짝 데쳐서는 먼저 익은 다리를 초고추장에다가 찍어 먹고 알이 벤 몸통은 안에 들어 있는 알이 익을 때 까지 조금 기다렸다가 알이 주는 쫀득쫀득한 식감을 맛보면 된다. 주꾸미로 어느 정도 배가 차면 죽이나 칼국수 또는 볶음밥 등의 후식이 남았다. 샤브샤브가 마음에 안 든다면 볶음이나 구이 또는 찜 등 각자의 취향대로 입맛대로 즐기면 된다. 이렇게 주꾸미를 통해서 바다가 주는 봄기운을 만끽하고 싶은데 이 놈의 바이러스가 아직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 얼마나 기다려야...

하루 빨리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철 음식들을 먹어보고 싶은데 상황이 어찌 될지 알 수 없다보니 막연한 희망고문이 될지도 모르겠다. 뭐 정 안되면 시골 집 텃밭에서 이제 막 움을 틔우고 있는 두릅이나 어찌 해 볼 밖에나...

억수로빠른 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