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직도 일상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카페에 들어오는 손님은 신발을 패드에 소독하고

손소독제를 사용하고

체온을 재고

신상을 기록한다.

카페 문 손잡이 등 소독이 언제 실시되었는지

소독 책임자가 누구인지 기록한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온 손님은 한 분도 없지만,

일회용 마스크도 비치되어 있다.

같은 공간에 함께 있지만,

다육이와 식물들은 아무 걱정이 없어 보인다.

날이 더워지지만 식물에게는 오히려 활기가 넘친다.

식물재배기 속 야채들도 인공 태양을 향해 팔을 벌린다.

이녀석들 중에 누가 코로나19바이러스를 걱정할까?

옆에 있는 다른 야채들과 살갗이 맞닿는 것을 걱정할 녀석이 있을까?

어항 속 백수십 마리 구피들이 활력이 넘친다.

물풀 아래 숨어지내는 관상용 새우들도 멸종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끼를 낳는다.

물풀들이 어항이 좁다고 물 위로 고개를 내밀고 아우성이다.

인류는 진화한 것일까?

생각을 하니, 걱정도 하는 것일 게다.

87세의 노모를 8개월간 집에서 모시고 있었는데,

이제는 한계가 왔다. 

휠체어에 의지하시고, 누우시면 일어나려 하시지 않으신다.

요양원은 코로나19바이러스사태로 면회가 금지되어 있단다.

한 번 들어가시면,

코로나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어머니 얼굴도 볼 수 없다니......

요양원 직원이 말한다.

"영상통화로 얼굴을 보여드립니다"

어머니가 어제 저녁 퇴근하는 내 손을 잡으려고 내미신다.

"왜요?"

"아들 손 한 번 잡아 보고 싶어서!"

우리 집에 여섯 식구가 살고 있다.

어머니는 황후와 공주들을 알아보지 못하신다.

나만 알아보신다.

거의 30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리셨다.

내가 퇴근하기를 학수고대하시는 이유는

당신이 8개월을 함께 살고 계시는 우리집이 너무나 낯설기 때문이다.

카페에 왔다간 손님이 식중독이 걸렸다.

열이 나고 구토가 있어서 연락이 왔다.

코로나검사를 하러 보건소에 왔는데,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먼저 연락을 드린다고.......

코로나19바이러스는 인간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킨다.

요양병원이 면회를 하지 못하는 것만 아니라,

코로나19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내가 지금까지 만나왔던 모든 사람에게 폐를 끼친다는 미안함이 강하게 몰려온다.

불행 중 다행히 코로나는 음성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카페지기의 머릿속에는 아픈 환자보다 양성판정이 나오면 그 다음에 어떻게 행정처리를 해야할 지가 먼저 떠오른다.

너무나 비인간적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인류는 무엇을 위해 진화했을까?

식물과 어항 속을 들여다보며 내가 왜 인간이라고 불리는 지를 생각해 본다.

코로나19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인류가 오천년을 진화해 왔던 그 숱한 몸부림을 한꺼번에 부정하려 든다.

두려움은 제약회사의 존재이유이다.

매일 뿌려대는 소독약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살아남기위해 바이러스는 또 어떻게 변종을 일으키고 진화해갈까?

77억 인구가 지구상에 움직이고 있지만,

바이러스는 훨씬 더 많은 개체가 꿈틀거리고 있을 것이다.

누가 이 지구라는 행성의 지배자일까?

sdjo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