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일본 내 차별을 다룬 나이키 광고가 한 때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었지요. 일본의 극우 네티즌들은 일본 내에서는 차별과 혐오가 없다며 일본을 모독했다고 거품을 물고 떠들었던 일이 있는데요, 재미작가 ‘이 민진’이 쓴 ‘파친코’라는 소설은 일본 내에서 재일한국인이 겪어야 하는 차별과 멸시를 일제 식민지 시절 부산 영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던 한 가족의 일대기를 통해 이를 풀어냅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작가가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1.5세대 재미교포여서 인지 한국소설과는 조금 다른 정서적 거리감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리고 영어로 쓰인 소설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보니 읽다 보면 한국 소설을 읽는 것과는 다른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만 몰입도는 꽤나 높은 듯합니다. 독자에 따라서 역사소설이나 대하소설 또는 애정소설로도 볼 수 있겠지만 이러한 요소 들이 어우러져 서양인들이 아시아를 특히 한국과 일본을 바라보는 관심도가 높아지고, 그 시각 또한 많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철저한 고증을 거친 역사서보다도 이런 ‘파친코’와 같은 소설이나 ‘미스터 선샤인’ 같은 드라마가 오히려 일본이 주장하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 알리는데 있어서 대중에 대한 파급력은 더 클 것 같네요.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인간적이었지만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훈이라는 인물로 제국주의 시대에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얻지 못했던 조선이라는 나라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운명을 파친코라는 도박판으로 치환되는 개인의 삶을 비유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순자를 통해서 식민지 시절 국민들이 마주친 냉혹한 현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고 또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과 여자 그리고 엄마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열네 살이 되면 일본에서 태어나고, 일본어를 모국어로 사용함에도 지문을 날인하고 외국인으로 등록해야 하는 등의 재일한국인에 대한 차별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면서 일본사회에 만연한 보이지 않는 차별과 멸시 속에서 재일한국인들이 야쿠자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받으면서도 파친코 사업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지를 이야기 합니다.

역사가 망쳤지만 그래도 상관없이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억수로빠른 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