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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옛 생각을 하는지 입을 꽉 다물고 있던 그는 다시 이야기를 하였다.

“ 결국, 부모님은 화병으로 돌아가셨지. 자랑으로 여기던 아이들이 그렇게 비명횡사(非命橫死)를 당했으니 …. ”

이야기를 하던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 동생 내외도 얼마가지 않아 역시 비명횡사를 당했다고 하더군. 그 놈들이 후환(後患)이 두려워 자객(刺客)을 이용한 것이었지. 나는 아이들의 사고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갔는데, 이미 그 때는 동생 내외까지 모두 죽은 다음이었어. 나는 그들을 용서할 수 없었지. 결국 그날 밤, 상단과 관(官)을 차례로 들러 내 가족들과 관계된 자들을 전부 죽여버렸지.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상단의 주인의 큰 아들이 무당파(武當派)의 속가제자(俗家弟子)였더군. 결국 무당파를 비롯한 정파인들에게 쫓기게 되었고, 지금과 같은 신세가 되었지. 지금도 그 놈들을 죽인 것을 후회하지는 않아. 다만, 부모님의 묘에 가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지. 돌보는 사람도 없는데, 없어지지나 않았는지. 휴∼ ”

잠시 말을 하지 않던 그는 술을 먹어서인지 약간 흥분하며 이야기를 하였다.

“ 그동안 용병생활을 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규모가 큰 상단의 인간들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인간대접을 하지 않아. 말하는 벌레 정도라고나 여길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지만, 오히려 드문 편이었지. 그나마 서역으로 나가는 호상단을 하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 대접을 받지. 후후 ”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아 그의 말이 직접 와 닿지는 않았지만, 용은 그의 분노를 느낄 수는 있었다.

용이 그동안 느낀 것이었지만, 중원 변경속의 삶은 통우리족과 있던 생활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세상의 온갖 더러운 일들이 모두 벌어지는 곳처럼 느껴졌다.

아무 것도 모르던 용은 위지진천이 아니었다면, 이미 큰 낭패를 당했을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였다.

위지진천의 이야기를 직접 경험하게 된 것은 위지진천과 이야기를 나눈지 얼마되지 않아 어느 큰 상단의 보표(保鏢)일을 하게 되었을 때의 일이었다.

그 일을 맡은 후, 일을 나가는 용을 잡고 위지진천이 이야기를 하였다.

“ 보표를 하면서 절대 이야기를 하지 말고, 듣고도 못 들은 척, 보고도 못본 척 하게. 꼭 명심(銘心)하게. ”

“ 알겠습니다. ”

용은 그 상단 큰 딸의 보표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절대 그녀의 3장(약 9m) 밖을 떠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상단주들의 딸들이 이야기하는 온갖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었다. 문 밖의 먼 곳에서 다른 보표들과 같이 서 있었는데, 무공이 낮은 다른 보표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이야기들이었지만 무공이 높은 그의 귀에는 모든 이야기들이 다 들렸다.

“ 대화상단(大華商團)의 둘째 딸이 농사꾼과 눈이 맞아 도망을 갔다며? ”

“ 어머, 그 이야기 이제 들었니? ”

“ 세상에 그런 일이, … ”

“ 바보로군. 어떻게 그런 놈과 도망을 갈 수 있지? ”

“ 그러게 말이야. 정신이 나갔다고 봐야지. ”

“ 너, 그 이야기 들었니? 이번에 서역에서 돌아오는 천홍상단(天鴻商團)이 그 유명한 적묘석을 가지고 들어온데. ”

“ 정말, 와, 가지고 있으면 늙지도 않는다는 그 적묘석 맞니? ”

“ 그래, 그 적묘석. ”

“ 아버님께 이야기를 해서 꼭 내가 사야지. ”

“ 호호호, 내가 가지게 될 껄. ”

이런 대화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 외에도 남자이야기, 어떻게 하면 하얀 얼굴을 할 수 있는지와 같은 피부관리 이야기 등과 같은 온갖 사치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용은 위지진천의 이야기를 명심하여 아무 것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처럼 행동하였다.

자유투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