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지루하게 내리던 비도 이제는 어느덧 그치고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가을이 다가옴을 느낍니다.

들판에는 벼들이 익어가고 산에서는 토실토실한 밤이 벌어지고 있겠지요.

땅콩이며 고구마도 살이 오르고 사과, 배, 포도도 영글어 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먹을 것들이 풍족해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성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날씨는 맑고 산뜻하고 먹을 것들이 풍족해지니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했겠지요.

농부들이 한 여름 뙤약볕에도 열심히 땀을 흘리면서 가꾼 햇곡식이며 햇과일들이

이런 가을이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음식이 밥입니다.

갓 수확한 햅쌀로 밥을 지으면 김이 모락모락 오르면서 고슬고슬하니

찰기가 돌면서 윤이 나는데요.

햅쌀로 지은 밥은 맛이 좋아 별 다른 반찬이 없어도 그 자체의 맛과 식감이 좋아

한 공기는 쉽게 비우게 됩니다.

밥상의 주인이자 식사의 기본이 되는 것이 밥인데 옆에 있는 

반찬이나 각종 요리에 밀려 이 사실을 자꾸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가을을 생각나게 하는 음식은 햅쌀로 지은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아닐까 싶네요.

억수로빠른 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