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를 보고....

사무실 직원 중에 한 명은 군 생활 때 고참에게 구타를 좀 자주 그리고 많이 당했던 모양이다.

고참들에게 맞아서 양쪽 고막이 다 나갔었다고 한다. 지금은 치료를 받아서 일상 생활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다. 요즘 넷플릭*에서 방영하고 있는 DP라는 드라마가 화제라기에 보게 되었는데 이건 틀고 얼마 되지 않아서 현타가 심하게 온다. 이제는 전역한지도 오래되어서 거의 잊고 지내던 군생활이 기억나면서 괴롭히던 고참 얼굴이 떠오르고 저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일단 재미는 있는데 다 보고나니 입맛이 쓰면서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의 DP를 본 반응들이 궁금해진다. 사무실 직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자신들을 구타했던 고참들을 욕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어떤 직원은 별로 구타를 당한 적이 없다고 하는 걸 보면 부대에 따라서 또 같이 생활했던 부대원들에 따라서도 차이가 좀 있긴 한 것 같은데 평균적으로는 드라마에 나오는 부대 내 폭력은 평균 수준정도로 여겨진다. 사병과 사병 간에, 간부와 사병 간에, 간부와 장교들 간에 그리고 남편의 진급에 목을 맨 사모들까지....이 많은 사람들이 얽히고 설켜서 구타와 폭력 그리고 변태적인 성희롱에 성폭력, 또 각종 비리와 부조리까지 폐쇄적인 군대라는 조직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가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에게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불러오고 또 다시 입대하는 악몽을 꾸게 할 수 있는 드라마이지만 여자들에게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던 군대라는 사회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리라 생각된다. 주위의 아버지 삼촌 오빠 동생 남편 남자친구들이 거쳐 왔던 생활이고 또 앞으로 해나가야 하는 생활들이다. 그러니 어느 커뮤니티에서 보이는 군생활을 마치 장기간의 캠프활동쯤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좀 고쳤으면 좋겠다.

내가 군생활을 할 때에도 놀랐던 게 6. 25때 사용했던 수통을 사용했는데 드라마에서도 배경이 2010년대 중반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에도 6. 25때 쓰던 그 수통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대사를 듣고 참 군대라는 조직이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더랬는데 이런 드라마를 통해서 환부를 들어내고 상처의 밑바닥부터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그리고 예전 같으면 군이라는 조직의 어두운 모습을 드러내고 또 비판하는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면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억수로빠른 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