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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용 (89)

 

(89)

 

그렇게 생각되자, 그는 자신의 아내를 어쩌면 영원히 잊어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다.

다시 기억을 되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가 펼친 심혼술의 특성상 한 번 봉인되어 버리면 다시 기억나기는 거의 불가능하였다.

그런 특성을 너무나 잘 아는 용은 미칠 것만 같았다.

그녀에게 다가갈 수는 있지만, 그녀는 자신을 모르는 것이었다. 과거의 모든 기억은 봉인되었기에 자신은 전혀 모르는 타인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설혹 그녀를 납치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자신의 곁에 데려다 놓는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소소가 아니라 당경혜일 뿐이었다.

그의 아내는 당경혜가 아니라 소소였기에, 당경혜를 데려오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강제로 어떻게 한다고 할지라도 그녀가 소소의 감정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었고, 소소의 모습을 보이지도 않을 것이었다.

“ 음 ”

소소와 당경혜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그는 자신의 감정변화를 느끼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이만큼 소소를 사랑하고 있었는지 몰랐던 것이었다.

가련한 마음에 자신의 보호아래 둔 여인이 어느 순간부터인지 그의 마음을 차지하기 시작하여 이제는 완전하게 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용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정말 우스운 일이군. 이만큼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

이성(理性)은 그로 하여금 더 이상의 감정변화를 원하지 않았지만, 그는 소소를 너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기 시작하였다.

 

 

*********

 

 

그녀가 눈을 뜬 곳은 낯선 침실이었다.

여인이 사용하는 곳이었는지 소박하고 아담한 곳이었다. 가구도 별 것이 없었다.

순간, 머리가 깨어질 정도의 고통이 엄습하였다.

잠시 머리를 싸매고 고통스러워 하던 그녀는 지난 일이 기억나기 시작하였다.

' 아, 후퇴하던 중이었지. 충돌이 발생하고 그 여파로 기억을 잃었는데. '

갑자기 불안감이 확 몰려왔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생각을 정리하였다.

' 여기가 어딜까? 혹 적에게 잡힌 것이 아닐까? '

그녀는 머리를 싸맨 천조각을 풀어 헤친 다음에 상처를 만져보니 이미 피는 나오지 않았다.

문을 열어 주위를 살펴보니, 감시하거니 지키는 사람은 없어보였다. 그녀의 상태를 보고 허술하게 되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 생각을 더 해보고 현 상황을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했으므로, 탈출하고 나서 알아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였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간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후, 담장옆으로 경신술을 펼쳐 다가간 다음에 훌쩍 담장을 뛰어넘었다.

어느 정도 장원을 벗어난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사천의 한 지역이라는 것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혹시나 있을 감시나 매복을 피하기 위하여 될 수 있는 한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하였으며, 그 노력 덕분에 들키지 않고(?) 성도(成都)쪽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경공을 펼쳐 한참 달린 그녀는 허기가 지고 목이 말랐으므로 일단 목이라도 적셔볼 요량으로 개울물을 찾았고, 자신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 헉 ”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경악을 하였다. 너무 놀라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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