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와 말로 대화를 할 때는 존댓말을 쓴다.

결혼하고 7년동안은 서로 눈을 보고 많이도 싸웠다.

그러다가 아이들을 모두 재우고 매주 금요일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둘이 앉아서 이야기를 해 봤다.

왜 그렇게 말하느냐고, 사실 왜 잔소리를 하느냐는 말이다.

황후께서, "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멋있게 보이라고 사랑하니까 하는 말이지"

2개월 정도 매주 금요일 밤에 그동안 내가 기분이 상했던 대화들을 줄줄이 캐물었던 것 같다.

그래. 사랑해서 하는 말인데 내가 화를 내는 건 잘못이지.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아내의 눈을 보는 순간, 묵언수행에 들어간다.

수많은 책을 읽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습관이 붙어있는 내 입은 말만 하면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직업병이 있기때문이다.

말을 하지 않으려면, 문자가 필요하다.

온가족 5명이 함께 단톡방을 만들었다.

직업상 나는 휴대폰이 2대이기때문에 6개의 아이디가 글을 쓴다.

아내와는 둘만의 밴드도 만들었다.

직업상 집에 늦게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별히 저녁식사시간을 내지 않고는 가족과 저녁을 같이 먹기도 어렵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밴드에 고스란히 올라간다.

황후는 자신의 부모님과 가족과 친지들과 친구들을 모두 제쳐두고 나의 주변으로 완전히 옮겨왔다.

내가 존재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만 자신이 존재하는 걸 느낀다.

밴드에는 아주 사소한 것들, 일정들, 순간들이 사진과 글로 제공된다.

경제적인 일상도 보고된다.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이어야하는 것들도 공개된다.

내가 안아달라고 할 때 황후가 거부하면 너무 가슴이 아파서 심장이 멎을 것 같다.

그래서 황후에게 부탁했다.

"안아 줘"라고 말하세요.

황후가 안아 달라고 하면, 묵언수행에 들어간다.

황후의 감정을 상하게 하면 내가 더 아프기때문에, 오직 나 자신을 위해서 묵언수행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부부는 너무나 익숙하기때문에 대화의 말투가 습관적이다.

익숙함이 주는 무례함을 극복하기 위해 말을 해야할 때는 항상 존댓말을 사용한다.

길게 말하지 않으려고 숱한 다짐을 한다.

논리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쉽지는 않다.

그래서 바로 옆에 있어도 말이 아니라 문자를 보낸다.

문자는 아무리 투박해도 웃어 넘길 수 있다.

문자는 짧고 간단하게 써도 아내가 스스로 상처를 만들지는 않는다.

"눈을 쳐다보고는 말하지 마세요"

내 친구가 부부사이가 좋지 않다고 하기에 추천을 해 줬다.

그 친구도 묵언수행으로 부부사이가 좋아졌다.

묵언수행에는 심각한 문제가 하나 발생한다.

황후의 주파수는 뇌가 인식하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황후가 나를 불러도 나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황후께서 나를 부르면 막내가 옆에 있다가 소리를 지른다.

"아빠! 엄마가 부르잖아~"

"응, 그래. 왜 무슨 일인데 아빠를 부르신데?"

아이를 통해 대화가 전달되고 아내는 섭섭한 마음이 있겠지만, 

이제는 황후도 아주 익숙해졌다.

"하나야, 아빠 불러봐"

sdjo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