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머나먼 추억으로 기억되는 고교시절의 한 때...

4월 충무공탄신일이 다가올 때면 우리학교는 항상

원보훈련을 실시하는게 전통이다

제주시에서 서귀포시까지 50km가까이를 걸어가는 훈련...

그날따라 몸이 으슬으슬 춥고 쑤시고 열까지 났는데

이런 상태로 배낭메고 50km를 걷는다는게 아무래도 무리일듯 싶어

담임선생님께 사정을 설명하고 부득이 빠지겠다고 했다

허나 돌아온 대답은 

"이런 나약한 놈, 까짓 몸살감기는 개나 줘버리고 그냥 참가해!"

대열에서 빼줄줄 알고 내심 기대를 했것만 호랑이 선생은 

아니나다를까 일말의 여지도 없이 참가하라고 호통을 치며

가버렸다...

'어떻게 하나....  에라, 모르겠다 걷다가 쓰러지면 구급차 타고 가면 되지...'

한편으로 담임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오기가 생겨

죽기살기로 목적지 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역시나 몸이 아프니 몇키로를 걷는데도 온 몸이 쑤시고 사시나무떨듯

추웠다 그날따라 찬바람도 우리의 전진을 어렵게 했다

이때 담임이 다가서더니 할만하냐고 묻고, 추운데 위스키 한 잔

쭉 들이키라고했다 그러면 열이나서 걸을만 하다고....

그때 난생 처음으로 술을 먹어봤다..  이후 위스키의 효과는 놀랍게도

모든 추위를 날려보내고 한결 가볍게 걸을 수 있게 해줬다

이후 발이 까지고, 부릎트고, 온 몸이 쑤시고 아픈 과정 중에도

장장 8시간을 걷고서 목적지에 도착하게 됐다

단 한 사람도 낙오없이 일을 해낸걸 확인하니 더욱 감격스러웠다

꼭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여러가지 여건과 환경이 많이 안좋았지만

끝끝내 견디고 인내하니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가 달성되는걸 보고

내 인생 큰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 되었다....

돌아온장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