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생노병사는 피할 수 없는 것이나, 자신의 몸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늙고 병들고 죽는 양상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질병은 원인에 따라 세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장부의 부조화에 따른 질병으로, 기, 혈, 맥이

막혀서 온다. 둘째는 근골의 불균형에 따른 질병으로, 직업 특성과 자세의 불균형으로 근골이 퇴화되어 오지만, 물론 선천성 불균형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셋째는 정신적 스트레스, 과도한 집착, 노이로제 등에서 오는 정신성 질환이다.

현무도에서 건강한 인체는, 우선 장부가 원만한 상태를 유지하고, 그에 따른 근육 및 자율신경계통이 원활하며, 외근, 내근, 근막, 나아가 골격이 바른 까닭에 정신이 맑고 지혜로와, 우울증, 대인기피증, 집착에 의한 정신적 스트레스, 노이로제 등 정신 질환이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많은 사람들이 질병을 얻게 되면 맹목적으로 약에 의존하든지, 수술에 의존하든지, 아니면 보약을 잘 먹으면 될 거라는

고정관념과 게으름에 빠져, 몸을 움직이며 병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접어 버린다. 일시적으로 약을 복용하거나 수술을 하면 당연히 병이 개선된다.

그러나 약의 성분이 몸 안에 내재되어 있다가 그 기운이 다하면, 짧으면 한 달, 길게는 10년 후라도 같은 질병이 언젠가는 재발한다.이는 병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아서 생긴 당연한 결과이며, 근본적 해결책은 다름 아닌 몸 수련이다.

사람의 몸은 대채적으로 근, 골, 기, 혈, 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다섯 가지가 모두 막힘 없이 뚫려야 건강한 몸을 이룰 수 있다. 몸이 질병이나 기타 사고에 의해 단절되거나 장애가 진행되었을 경우 일차적으로 응급처치를 하고, 이차적으로 치료를 하며, 삼차적으로는 영구적 관리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운동법이나 섭생법을 이용하고, 나아가 명상, 호흡, 기체조, 스포츠 등의 방법도 쓰게 된다. 그러나 많은 몸 수련과 운동법은 근, 골, 기, 혈, 맥의 다섯 가지 요소 중 한두 개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럴 경우 부작용이 따른다.

예를 들어 근, 골, 혈, 맥을 함께 바로잡지 않고 혈만 맑게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탁기도 기운의 일종이므로, 피에 든 탁기를 일시에 빼낼 경우 소중한 원기를 잃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보다는 골수에까지 쌓인 탁기를 부단한 몸 수련으로 확실히 그러나 천천히 빼내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뼈만 바로잡는 방법도 있다. 가령 뼈가 불균형 상태인 어떤 사람이 몸을 바로잡기 위해 일시적으로 교정을 했을 때, 순간적으로 뼈를 곧추세우더라도 곧 원래의 불균형 상태로 돌아가고 만다. 뼈에는 건(근막)과 근, 그리고 모든 신경계통이 동시에 연계되어 있는데, 굳어 있는 근육이나 인대 등을 풀지 않고 뼈만 끌어당긴다면 뼈와 근육은 다시 고무줄처럼 당겨져서 원래의 불균형을 이룰 것이다.

반면, 근육을 적절히 이완시켜 뼈와 근막의 상호관계가 개선 되면 뼈는 자연 본래의 상태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척추의 측만이나 불균형, 골반의 측만, 후만, 전만 등도 정확한 운동요법, 즉 기혈 조화의 움직임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며, 시술자는 이러한 바탕 위에 근골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또한 장부가 조화롭고 근골이 올바르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충분한 몸의 힘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천지만물이 움직이며 생하는 데는 힘이 곧 근본이므로, 인체 또한 힘이 쇠하면 병이 오는 것이다. 이 때 힘이란, 남을 이기기 위한 힘이 아니라 상생하고자 하는 힘, 곧 서로가 어우러지게 하는 힘이다.

현무도에서는 정확한 움직임의 원리를 체득하여 습득하므로, 묶인 곳을 풀어 주고, 막힌 곳을 열어 줌으로써 원활한 신체를 갖게 하는 것을 근본으로 한다.

그런데 환자에게 몸 수련으로 병을 고치라고 권유하면, 대개 시간이 없다는 둥, 병이 나으면 한다는 둥, 주변이 정리가 되면 시작해 본다는 둥 온갖 변명과 합리화를 한다. 그러나, 시간은 흐를수록 더 없어지는 것이며, 병이 나으면 한다는 말은

스스로 병이 낫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으며, 정리는 죽음으로 가는 길임을 모르는 데서 나오는 말이다.

물이 새고 있는 댐을 가정해 보자. 바늘 구멍보다도 작은 데서 물이 새기 시작하여 종잇장처럼 균열이 가고 어느새 틈이 생겨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급하게 대처한다.

그러나 대개 사람들은 고작 이음새 겉부분을 메우기에 급급하여 일시적으로 모양새를 갖추지만, 벽의 속은 여전히 균열되어 수분과 수압의 힘에 의해 점점 더 하중을 받아 댐은 급기야 무너지고 말지 않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자신이 몸을 강하게 하는 원리와 치유하는 방법론을 배워 스스로 치유케 하는 것을 근본으로 삼는 것이다. 나는 많은 현무도 수련자들이 스스로 자기 몸을 치유하는 것을 보았다. 현무도는 건강한 자는 더욱 더 강건하게 하며, 건강치 못한 자는 올바른 건신을 이루게 한다.

나 자신과 자연만이 병을 치유한다

내 몸이 망가지면 부모도, 친구도, 남편도 나를 살리지 못하고 오직 나 자신과 자연만이 살려낼 수 있다. 한때 왕의 지위를 누렸다 해도 지금 현재 중풍이 든다면 아내도 자식도 친구들도 마음에서부터 멀어져 나를 싫어하게 되고 급기야 한사람 두 사람씩 떠나게 되거나 심지어 나를 버리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남편과 아내와 자식을 탓할 것이 아니라 건강을 돌보지 않은 자기 자신을 탓해야 한다. 병자를 멀리하려고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며, 삼라만상이 병든 것에 깃든 나쁜 에너지, 즉 탁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자신의 몸을 돌보아 강건하게 하도록 힘써야 한다. 그것이 곧 주위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길이며 내 주변 사람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아픔을 덜어 주는 길이다.

기는 사유하지 않는다.

기는 생하고 생할 뿐이며, 흐르고 흘러 천지와 감응할 뿐이다. 오직 바르게 흐르면 진기가 생하며 삿되게 흐르면 '탁'이

될 뿐이니, 진기가 되면 만물이 생하고 탁이 되면 만물이 함께 부동하여 사할 뿐이다.

그러므로 천지와 더불어 생生하는 자연은 모든 일어남의 어버이가 된다. 하여 자연은 또한 사유함이 없는 것이다.

여기서 그 본질을 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