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이 외치는 4차 산업혁명은 5세대(5G) 이동통신 위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전혀 의미가 없다. 5G를 통해 대한한국의 4차 산업을 완전히 탈바꿈시켜야 한다." 

재계의 G20(주요 20개국)회의 격인 'B20서밋' 참석차 도쿄를 찾은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15일 저녁 도쿄 주재 한국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내달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5G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미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5G에 기반한 360도 가상현실(VR), 커넥티드 버스 운행 등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황 회장은 "5G 상용화가 기업간 거래(B2B)비즈니스를 폭발적으로 일으킬 것"이라며 전통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기업인 KT가 B2B기업, 플래폼 회사로의 전환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5G에 기반하지 않고선 초연결과 초지능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자체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 그는 "빅데이터 등 엄청나게 많은 기술이 집적된 5G는 처리용량은 20배 이상 늘고 지연시간은 확 떨어진다"며 4차 산업(정보·의료·교육·서비스 등 지식 집약적 산업)에는 5G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부터 저의 역할은 5G를 안착시키는 것"이라며 "5G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그간 준비해온 하나하나의 에너지들이 올해 폭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출신으로 '황의 법칙'을 만들어 낸 황 회장은 "(삼성전자 재직 당시) 많은 사람이 노력해서 지금은 한 사업부가 연 매출 40조원을 이루는 등 한국 경제의 큰 밀알이 되고 있고, 그것이 저한테는 너무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앞으로는 5G를 통신 플랫폼 분야의 '반도체', '새로운 경제 밀알'로 만들겠다는 '5G전도사'로서의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KT는 매출 규모가 삼성전자에 비교하면 수십 분의 1밖에 안 되지만 역할로 보면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 중요할 수도 있다"며 "KT가 플랫폼 회사로 전 세계를 주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재직 시절 일본을 수시로 드나들어 일본을 잘 안다는 황 회장은 이번 B20 도쿄 서밋에 참석한 소감도 밝혔다. 그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한다고 하는 등 자극적으로 표현하지만, 일본은 건강, 에너지, 먹거리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가기 위해 정부, 지자체, 통신사업자가 협력해 상당히 많은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이번에 알게 됐다"고 소개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약 1년여 늦은 내년 도쿄 올림픽 때 5G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황 회장은 "아직은 우리가 5G 분야에서 세계 최고기술을 갖고 있고, 우리 기술로 표준도 만드는 등 모든 걸 주도했지만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라며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했다.

내년 3월 두 번째 임기가 끝나는 황 회장은 "ICT(정보기술통신) 기업은 역동적이라 6년 정도가 알맞다고 생각한다"며 더는 연임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내부에서도 CEO(최고경영자) 발탁이 가능하도록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후임 회장 결정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사회를 통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번 도쿄 방문엔 삼성맨 출신의 일본통인 김인회 사장(경영기획부문장)이 수행했다.

한편 황 회장은 김성태 의원 딸이 KT에 특혜 채용됐다는 논란에 대해선 자신의 취임(2014년 1월) 전인 2011년 채용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당시 관여된 회사 내부 사람들도 모두 퇴직해 사실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끝으로 현 KT 주가 수준이 적정한지를 묻는 말에 "5G 중심인 기업사업 부문의 흐름에 따라 상당히 밸류가 달라질 것"이라며 "아마도 애널리스트들은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 것"이라고 에둘러 답했다. 

서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