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춘추 전국시대에는 수많은 인재들이 등장하여 활약을 펼쳤다.

그 중에서 손빈과 방연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손빈과 방연의 이야기다.

손빈과 방연은 스승 귀곡자 문하에서 동문수학한 친구 사이였다.

방연은 자신의 실력이 손빈 보다 한수 아래라는 사실에 항상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방연이 먼저 위나라에 출사하여 장수 가 되자 친구인 손빈을 위나라로 초빙했다.

이는 방연의 음모였다.    그 당시 위나라의 적국이던 제나라가 자기보다 실력이

뛰어난 손빈을 기용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라이벌 관계인 손빈을 자기 통제하에 두려고 미리 손을 쓴 것이다. 

   손빈을 자기 옆에 둔 방연은 그가 자기가 모시는 위나라 왕에게 발탁될까 두려워

또 음모를 꾸민다.    손빈이 고향의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입수해 그 일부 내용을

꼬투리 잡아 적국과 내통한다고 모함한 것이다.

   결국 이 사건으로 손빈은 정강이뼈 밑을 잘리는 비형(臏刑)에 처해져 평생

앉은뱅이로 살아야 했다.

손빈의 빈(臏) 자는 형벌의 일종인 비형(臏刑)에서 유래한 것이다.  

   방연은 이러한 의도를 숨긴 채 사형에 처해질 것을 자기가 나서서 비형으로

감형시켜 은혜를 베푼 것처럼 철저히 연기를 했다.

   손빈을 살려둔 것은 오로지 손빈의 선조인 손무의 병법서를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손빈은 방연을 자기 목숨을 살려준 진짜 친구로 고맙게

생각하여 가보인 선조 손무의 병법서를 기억해내 방연에게 알려 주려고까지 했다. 

   그런데 얼마 안가 방연이 감시자로 붙인 시자가 손빈의 처지를 딱하게 여겨 은밀히

음모의 내막을 알려줬다.      방연의 흉계를 알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손빈은 미치광이 행세로 방연의 의심을 피한 채 사신으로 온 순우곤과

은밀히 접촉하여 조국 제나라로 탈출했다

   그 후 제나라 장군 전기(田忌)의 빈객이 되고 그의 재능을 알아본 전기는

제왕에게 손빈을 천거하여 제니라의 군사로 삼게 되었다. 

   이제 제나라의 군사가 된 손빈은 병법의 대가답게 마음껏 재능을 펼치며

라이벌인 방연에게 통쾌한 복수전을 펼치게 된다. 

   손빈이 방연을 감조 유적(減灶誘敵, 솥을 줄여서 적을 유인하다)  전법으로

유인하여 그를 죽이고 설욕한 전투가 그 유명한 마릉 전투이다. 

   손빈은 방연의 추격 속도를 계산하여 마릉 이란 험지를 택해 군사를 매복시키고

큰 나무에 ‘방연이 이 나무 아래서 죽는다. (龐涓死於此樹之下)‘라고 새겨 놓고는

방연이 이곳에 오면 급습할 태세를 갖추었다.
 
   방연은 계속 추격하여 밤에 마릉에 이르러 나무에 글씨가 쓰인 것을 보고 불을

켜서 보는데 이 틈을 타서 제나라 매복 군사들이 화살을 집중 발사하며 급습을

하였다.

   놀란 위나라 군사들이 흩어지고 쓰러지자 방연은 전투에 패한 것을 알고는 

‘드디어 더벅머리 아이놈의 이름을 나게 만들었구나! (遂成豎子之名)’ 하고

탄식하면서 죽는다.

   방연을 통해 남을 시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알고 분수를 지키며 온전하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손빈을 통해서는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사람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현실적인 간지를 반드시 익혀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마천은 손빈을 자평하는 부분에서 ‘실행에 능한 자가 반드시 언변에 능한 것은

아니고, 언변에 능하다고 반드시 실행에 능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손빈은 방연을 해치는 책략은 뛰어났지만 사전에 형벌을 당하는 재난을

막지는 못했다. 라고 기술하고 있다.

김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