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호철은 백낙청 교수, 이돈명 변호사, 리영희 교수 등  반체제 문인 학자 예술가들로 구성된 '거시기 산악회'에서 열심히 활동했다. 그들의 산행기와 다양한 에피스드는 상당히 흥미로운데 아쉽게도 한권의 책으로 상재되지 못했다. 그들의 수필집 여기저기에서 편린들을 엿볼 수 밖에 없다. 

얼마전 우연한 계기로 소설가 이호철을 새삼 주목하게 되었다. 엊그제 책장 정리를 하다가 "남녘사람 북녁사람'이 눈이 띠길래 이것도 시절 인연인가 싶어 재미있게 읽고 있다.

흥미로운 건 제목부터이다. '남녘사람, 북녁사람'이라니..

구글에서 자동완성을 해도 남조선 사람들은 북녁을 북녘으로 읽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궁금하여 맨뒤 저자의 말을 보았더니 이렇다. "제목에 남녘과 북녁으로 각각 다르게 표기한 것은 나름대로의 작가 의도였음을 밝혀 둔다'라고.

그러고보니, 북한사투리인지 경상도사투리인지 모르겠는데, '이녁'이라는 표현이 있다. 여기서는 이녘이 아니라 분명 이녁으로 발음이 된다. 그 뉘앙스에 이호철은 무엇을 담으려 했을까

이호철은 1932년생으로 원산고보 출신이다. 그러나 꿈에도 그리워할 고향 원산에 대한 묘사는 보기 어렵다. 대신에 급조된 의용군 부대로 동해를 따라 남향하던 내용을 담은 '칠흑 어둠속 질주'라는 챕터의 시작은 이러하다. 동해북부선을 묘사하고 있다.

등산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