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가 익어간다.

내 고향 청도의 담벼락에 버티고 선 살구나무가 있다.

여름 보리를 베고 보리 티끌(청도 사투리로 '까끄레기')이 옷 속을 파고 들면 등목을 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다.

목이 타 들어가고 몸 속으로 까끄레기가 파고 들면, 살구를 따 먹었다.

그 상큼하고 싱그러운 맛은 여름 농부의 친구였다.

그런데 매실도 익어간다.

매실은 뒷산에 심겨있다.

과일을 그대로 따먹을 수는 없다.

그 맛이 시기때문에 그냥 먹는다는 건 레몬을 씹어먹는 느낌이다.

둘은 닮았다.

나무도 이파리도 열매도 닮았다.

누가 살구고, 누가 매실일까요?

어느 것을 드시고 싶으신가요?

아무래도 그릇에 담긴 걸 드셔야겠지요?

살구가 더 크고 색깔도 연하네요.

살구와 매실은 겉으로 보기에도 그렇지만, 향기도 비슷합니다.

익은 살구는 당연히 달콤한 향이 짙어지지만, 눈 감고 냄새만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매실주나 매실청을 만드려면, 매실 꼭지를 떼어내야 한다네요. 

매실꼭지가 나무기 때문에 쓴 맛을 낸다네요.

청도에 있는 우리 뒷산 매실이라도 요즘은 미세먼지가 있다니, 베이킹소다 뿌려서 흐르는 물에 씻어줘야될 것 같기도 하구요.

매실을 설탕에 익사시키려면 물기를 완전히 말려야한다네요.

이래 조금 만들어도 될랑가 몰라^^

저는 그냥 파는 거 사먹지 매실청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속 편하려고 매실 담그는데, 속 불편하게 누구 고생시켜서야 되겠습니까?

여름 살구랑 매실이랑 상큼하게 보내세요^^

sdjo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