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해본 적이 있는 세대라면 오늘날 손톱만한

메모리 카드에 1TB(1024GB) 용량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다는 사실에

격세지감을 느낄 것이다.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DNA를 이용한 스토리지, 나아가 원자 단위로

데이터를 기록하는 장치를 연구하는 세상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워싱턴대학교와 함께 올해 3월 과 학계에서

가장 ‘알아주는’ 저널인 <네이처>에 놀라운 연구 결과를 하나 발표했다.

디지털 데이터를 DNA로 변환해서 저장하고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한 것이다.    문장은 말이 되지만, 상상이 안 되는 말이다.

   전기를 이용해 작동하는 컴퓨터의 이진법 언어로 기록된 정보를,

화학 물질로 이뤄진 분자 구조인 DNA로 변환했다는게 상식 수준에서는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그런데 그걸 해냈다니, 대체 어떻게 한 걸까. 디지털 언어는 0과 1로 기록된다.

쉽게 말해 전류가 흐르면 1이고 그렇지 않으면 0이다.

컴퓨터의 디지털 언어란 것은 결국 인간의 문자인 알파벳을 0과 1의

조합인 2진수에 대응시켜 변환시킨 것이다.

그런데 DNA는 시토신(C), 구아닌(G), 아데닌(A), 티민(T) 네 가지 종류의

염기 물질로 이뤄진 나선 두 개가 꼬인 ‘이중 나선’ 구조의 고분자 중합체 다.

여기에 단서가 있다. 네 가지 종류라는 규칙이다.

두 가 지 기호(0, 1)로 이뤄진 언어를 네 가지 기호(C, G, A, T)로 이뤄진

언어로 변환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DNA로 변환된 정보는 특수 용기에 저장 할 수 있고,

다시 정보를 읽어내려면 마이크로 유체 펌프를 이용해 DNA 염기 서열을

읽어내는 장치로 보내면 된다.

C, G, A, T의 염기 서열로 기록된 정보를 0, 1의 이진수 정보로 변환하는 것이다.

이 기술의 잠재력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데이터를 기록하고 보관하 는 데 들어가는 공간과 비용에서 혁명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 미국 댈러스에 설치한 데이터 센터는 축구장 5개 크기와 맞먹는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DNA를 데이터 저장 매체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노트북 하나 정도의 크기면 충분하고도 남을 거라고 예상한다.

한 변의 길이가 불과 수 mm인, 수사적으로 표현하자면 ‘눈곱만 한’ 공간에

1000 조 바이트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땅값 걱정 을 안 해도 될 뿐 아니라 데이터 센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 한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공간과 비용뿐 아니라 안정적인 저장 능력 면에서도 DNA 의 능력은 탁월하다.

사람의 DNA가 평생 혹은 죽은 뒤에도 쉽게 변하거나 훼손되지 않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미라에서 추출한 유전자도 분석이 가능한 시대다.

반면 HDD나 SSD 같은 기존 저장 장치가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수명은 통상 수십 년 이내에 불과하다

(물리적인 수명을 말 한 것으로,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매일같이 사용하다

보면 수명이 훨씬 짧아진다).

바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