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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멀어지는 우정처럼
남편은 친구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다. 결혼 전에는 그런 모습들이 좋은 인간관계의 결실로 느껴져 좋았었다. 
외향적이고 진취적인 성격 탓에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여행을 가거나 무엇을 하건 꼭 5명이 같이 했다. 하물며 같은 날 결혼한 친구부부와 신혼여행까지 같은 곳으로 동행했다.
항상 친구가 우선이었다. 
생각해보면 둘만의 시간을 가져본 기억이 별로 나지 않는다. 항상 친구나 지인들이 동행하는 여행이고 만남이었다.
 
점점 그런 여행이나 만남에 거부감이 들었다. <우리끼리만 가면 안돼?>,<난 빠질래>,<당신들끼리 갔다와>라는 말이 내 입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나 없이는 살아도 친구 없이는 못 살 사람처럼 구는 남편에게 서운해지다 어느 쯤에서는 내가 포기하기 시작했다. 아니 포기하게 만들만큼 질리게 했다. 
결혼 후 걸핏하면 친구들하고 어울리느라 가정에 소홀해지거나 시도때도 없이 집으로 데리고 오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 
 
하물며  갓난 아기가 생기고 나서도 눈치 없는 친구들 때문에 그 우정에 칼을 대고 싶을 정도였다. 
그저 어울려 노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남편에게 이제 애 아빠가 되었으니 책임감을 가지고 좀 어른이 되어야 하지 않냐고 대놓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가정이 우선이어야 했는데  총각 때처럼 행동했다. 그 친구들 역시 철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이와 잠 들어야 할 시간에 몰려 오지를 않나, 엉덩이를 붙이면 일어나지도 않았다. 
남편과 친구들은 자주 만나 즐기는 삶으로부터 나오지 않았다. 
퇴근 후 일찍 와 아이와 놀아 주기를 원했지만 친구들과 놀려는 남편과의 마찰이 자주 일어났고, 그 불똥은 그 친구들에게 튀었다.
그들이 죽고 못사는 우정이 야속했다. 나 역시 결혼으로 포기하고 사는 것이 많은데, 남편은 왜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즐기고 있는지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는 그런 남편을 이해하지 못했고 서운하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면 그때 그들은 20대 후반이었다. 한창 더 놀 나이였다. 
어쩌면 남편과 내가 20대가 아닌, 30대 중반쯤 결혼했다면, 아니 마흔에 결혼했다면 
우정과 결혼사이에서 갈등을 빚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들 더 나이 들어 결혼했다면 남편과 그 친구들은 젊음의 객기나 의리가 아니라 인생을 쭉 살아가는 여정속에서 책임감과 더불어 더 성숙해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
또 그렇게 변화되는 환경과 함께 서로의 우정을 키워 갔다면 더 나은 신뢰로 다져졌을까?
서로 눈빛만 봐도 알아주는 친구가 나와 같이 나이 먹고, 나와 같이 동행하면서 의지가 되고, 같이 성장해 가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도 좀 다르게 남편의 우정을 응원했을 것이다.
 

 

이제는 서로 무엇이 우선 순위인지, 무얼 자제해야 하는지 일러주지 않아도 많은 경험을 토대로 몸에 익숙해진 것들로 20대와는 다른 뼈대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 되었다.
지금 남편의 옆에는 그 놀기 좋아하던 친구들은 하나도 없다.
20대 한 때 의리 하나로 내 눈초리를 따갑게 받던 친구들은 각자 다른 길들을 가고 있으며, 간혹 소식을 듣지만 연락도 하지 않는다. 
사회적 위치가 엇비슷할 때는 우정의 결속력이 강했는데 어느 날부터 위치가 달라지니 우정은 점점 변해갔다. 
 
그렇게 위치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우정이라면 손을 놓아야 할 관계였던 것이다. 
믿음 하나로 서로를 잡아 줄 친구은 못 되었고, 자존심이 우정보다 먼저 마중 나가버린  것이라면 어쩌면 지속력을 유지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끊어질 관계였을 것이다. 
지금 남편의 옆에는 다른 부류의 사회친구들이 자리하고 있다. 경험이 신뢰가 되어, 위치가 우정을 고르고 버리게 한다.
 
그저 학창시절, 동네 친구들로서  편안한 강가에서 놀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인생의 파도와 함께 같이 흘러 온 친구들도 있다. 
고난을 같이 한 친구가 더 믿음이 가고, 나의 좋은 면보다 나의 나쁜 면을 더 품어 주는 친구들에게 마음이 남는다.
 
나도 친구들을 무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하지만 사회적 환경과 결혼으로 인해 멀어진 친구들도 적지 않다. 
외부적 환경에 흔들리고 깨지는 우정이었다면 그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고 결속력이 약해 무너진 것이라 생각한다. 
가까이 옆에 있다고 뿌리가 깊은 건 아니었다. 특별히 싸우거나  감정이 상해서 멀어졌다기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환경에, 세월에 밀려 멀어진 친구들이 많았다. 
그럼 그냥 멀어지는대로, 그냥 뽑힌 채로 놔두거나 떠나가게 냅두었다. 
#우정#의리#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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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초나라(kjkyj)VIPVIP 2019-07-11 18:56:05

    포스팅을 통해 남자들의 노는 심리와 우정에 대해서 알게해주는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송이든님께서 이해심이 넓으신 거 같습니다.^^   삭제

    • 바라보기(qkfkqhrl)VIPVIP 2019-07-11 00:52:40

      어려운 문제가 이야기 되고 있군요.
      아버님이 저에게 한 말입니다. 고등학교때 였는데 후배와 친구들이 많은내게 친구는 사회에서 만나는게 진짜 친구가 된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지금도 그때 친구를 귀하게 만나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수가 많지 않지요.
      사람이 살면서 바뀌는게 많은데 그중 가장 빈번하고 많은게 주변인것 같습니다.   삭제

      • 수야(lonelystar)VIPVIP 2019-07-10 21:09:44

        요즘 너무 이런저런일로 바빠서 다른 분들 글을 제대로 읽을 새가(마음이) 없었는데... 간만에 어렵지 않으면서도 집중있게 쭉쭉 잘 읽어봤던 글이었어욤 'ㅅ')b 아 뭔가 저는 겪지 않았는데도 충분히 알 것 같은 이 느낌 무엇...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07-10 16:28:24

          20.30.40대 그 때마다 할 수 있는 일, 그 때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는데
          특히 아이들 낳고 기르는 것에 있어서 그 때란 정말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20대에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것은 여자나 남자나 쉽지 않았을것 같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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