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먼동이 트기도 전에 이웃 집 할머니가 조용한 아침을 맞이하려는 우리집에 쳐들어왔다. 방 구석에 놓여있는 베게를 하나 냉큼 잡더니 손으로 마구 찢는 순간 베게 속에 가득차 있던 누렇게 바랜 왕겨가 채 정리도 안되어있는 이불위에 분수 처럼 흩어지며 동시에 고함을 지른다." 도대체 돈을 언제 값을 꺼여 세상에 이렇게 무식한 여편네가 워디있어 내 돈을 빌려갔으면 한 달 두달도 아니고 일년이 넘도록 갚지 않았으면 양심이 있어야 할 것 아니여 아이구 정말 짜증나서 환장하겄네" 나는 열살 나이에 아무것도 모르는채 그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웃집 할머니에게 성질을 부리며 엄마를 돕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냥 멍하게 쳐다만 보고있었다. 엄마는 울고 울고 또 울고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곧 갚아드린다고 애원하는 그 모습을 바보처럼 바라만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