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여인의 옷 벗는 소리 우연히 어느 관리의 환송 잔치에 참석한 정철(鄭澈)과 유성룡(柳成龍), 이항복(李恒福), 심희수(沈喜壽) 그리고 이정구(李廷龜) 등 학문과 직위가 쟁쟁한 다섯 대신들이 한창 잔을 돌리면서 흥을 돋우다가 ‘들려오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는 시제를 가지고 시 한 구절씩 읊어 흥을 돋우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자 정철이 먼저 운을 뗐다. 鄭 澈 정철 淸宵朗月 樓頭遏雲聲 청소낭월 누두알운성 맑은 밤 밝은 달이 누각 머리를 비추고 달빛을 가리고 지나가는 구름의 소리 沈喜壽 심희수 滿山紅樹 風前遠岫聲 만산홍수 풍전원수성 온 산 가득 찬 붉은 단풍에, 먼 산 동굴 앞을 부는 바람 소리 柳成龍 유성룡 曉窓睡餘 小槽酒滴聲 효창수여 소조주적성 새벽 창 잠결에 들리는, 작은 통에 술을 거르는 그 즐거운 소리 李廷龜 이정귀 山間草堂 才子詠詩聲 산간초당 재자영시성 산골 마을 초당에서 재주있는 도련님의 시 읊는 소리 李恒福 이항복 洞房良宵 佳人解裙聲 동방양소 가인해군성 깊숙한 골방 안 좋은 밤에, 아름다운 여인의 치마 벗는 소리 이 날 저녁 그 자리에 모인 모두는 오성대감의 ‘여인이 치마 벗는 소리’가 제일 압권이라고 입을 모으고 칭찬했다. 어떻게 보면 소리를 직접 듣는 것보다 그 소리를 상상하는 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 또 주지주의의 대표시인인 김광균의 '설야' 라는 작품도 있다.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야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에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追憶)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물론 여기서 옷벗는 소리는 눈이 내리는 소리를 모습으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본다. 즉 분수처럼 흩날리는 푸른 물줄기와 같이 소리를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다. 여성들은 보이는 곳을 특히 아름답게 꾸민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성들은 쉽게 보이지 않는 부위도 아름답기를 희망한다. 가슴과 엉덩이가 바로 그것이다. 가슴과 엉덩이는 여성미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쉽게 노출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나 여성들은 가슴과 엉덩이의 튼살까지 치료하고자 한다. 튼살은 빈약한 가슴과 엉덩이보다는 풍만한 여성들에게 많이 생기는데 실제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는 섹시미가 한껏 풍기지만 튼살이 있는 가슴과 엉덩이는 코믹함이 떠오른다. 튼살이 있다면 전체적인 실루엣은 변함없지만 튼살의 선명한 선은 여인의 피부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유교 문화로 온 몸과 얼굴을 가린 조선시대에도 여인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렇게 논했다니 참으로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