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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이 불쌍(?)해 보여...나이를 먹었다걸 느낄 때....

 

 

 

어릴 때 TV에서 방영되는 ‘톰과 제리’를 참 재미있게 보았다.

고양이 톰이 왜 그렇게 귀여운 생쥐 제리를 괴롭히고, 또 잡으려고 기를 쓰고 달려드는 모습에 제리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슴 졸이며(?) 보다가 제리가 무사히 도망가고 또 반격을 해서 톰에게 한방(?) 먹이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언제 부터인가 늘 멍청하게 당하기만 하는 톰의 모습이 불쌍해 보여 더 이상 웃을 수가 없었고, 만화도 재미가 없어졌다.

 

‘아기공룡 둘리’에서도 귀엽고 깜찍한 둘리를 괴롭히는(?) 집 주인 ‘고 길동 아저씨’의 모습이 싫었는데 어느 순간 집이 다 날아가고 소중한 엘피판이 다 부서져도 뿅망치 한 대로 용서(?)하고마는 ‘고 길동’이라는 아저씨는 참으로 마음씨가 좋다 못해 불쌍해(?) 보일 지경이 되고, 중학생 때 배웠던 ‘황 순원’의 ‘소나기’에서 소년과 소녀의 모습을 보고 그처럼 애틋하고 아름다운(?) 첫사랑을 꿈꾸고 동경하던 시절이 지나고 나니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에서 전 지현이 ‘그 소년을 같이 묻어달라’고 했던 그 대사에서 더 낄낄거리면서 웃게 되었다.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도 목동의 곁에서 잠이 든 그 별(?)에 대해서 얘기할 때 국어 선생님의 ‘이런 바보 같은......어쩌고저쩌고’ 라는 얘기에 인중에 거뭇거뭇 수염이 올라오던 덩치 큰 친구들의 의미심장한(?) 웃음에 의아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친구들과 술이 라도 한 잔 마실 때면 예전에는 그렇게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미래를 이야기했고 막연한 희망을 이야기했다. 돈이 없어도 술자리는 즐거웠고, 아무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과 하루에도 별로 후회하거나 자책하지 않았던 것은 잘나가고 있는 선배들에게서 막연한 자신의 미래를 투영했는지도 모르겠다. 막연한 희망이 있었을까 내일과 미래를 준비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았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미친 듯이 마셔됐고 또 그렇게 마셔도 별 후유증 없이 몸과 간은 버텨냈다.

 

하지만 지금은 현저히 줄어든 술약속이라도 어쩌다가 한 번 잡히면 내일 아침 걱정에 부담으로 다가온다. 술자리에서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 대신 현재를 이야기하고 희망 대신에 과거를 붙잡고 있다. 여기서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른다면 ‘내가 왕년에 어쩌고저쩌고...’라는 과거만을 붙잡고 있는 꼰대(?)가 되어 있지 않을까. 조금 많이 마셨다 싶으면 몸도 마음도 회복하는데 시간도 훨씬 오래 걸린다.

흘러가는 시간들 속에서 아직 나는, 나의 의식과 영혼은 젊은 시절 그대로 인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결혼 청첩장 대신 부고 문자가 많아지고, 내가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더 이상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을 의식할 때면 거울에서 배가 나오고 주름과 새치가 늘어가는 내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늘 당하기만 하는 톰에게서 연민을 느끼게 되고 고 길동을 대신해서 둘리에게 화가 나고 목동의 순수함에 바보(?) 취급을 하게 된 순간들이 언제부터 였을까? 또 그렇게 세상을 다르게 볼 수밖에 없는 계기라는 것이 있었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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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비솔99(rose3719) 2019-10-08 12:03:43

    세월이 가면서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것 같아요. 똑같은 걸 봤지만 예전에는 나쁘게 보였던것들이 좋은 시각으로 보일때가 있더라구요..^^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10-08 11:33:15

      이제는 보는 위치와 방향이 달라져서 톰도 고길동도 목동도
      이해와 연민으로 바라볼 수 있는가 봅니다.
      동화속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의 해피 엔딩에
      과연 그럴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할때 이미 어른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   삭제

      • 박다빈(parkdabin)VIPVIP 2019-10-08 10:44:13

        몇 년 전에 유튜브에서 둘리 하길래 오랜만에 봤는데
        너무 충격이더라구요. 고길동 아저씨 너무 불쌍하다
        이 생각만 들고.. ㅎㅎ
        길동이 아저씨 불쌍해지면 다 큰 거라고 하던데.
        세월과 인생이 관점을 다양하게 바꾸어 놓네요. ^^   삭제

        • 바라보기(qkfkqhrl)VIPVIP 2019-10-08 10:36:23

          많이 보고 많이 일고 느끼며 산 님의 충실한 면면이 보여지는 글입니다.
          그렇게 나이들어 가는 군요.
          오늘 제 생일이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이글이 더욱 더 와 닿네요.
          그냥 꿈이 뭔지도 모르던 그런 시절로 가고 싶고 그렇게 속없이 살고 싶네요.
          앞으로 쭈욱--   삭제

          • Tanker(icarusme)VIPVIP 2019-10-08 09:19:32

            저도 요즘은 부고를 알려주는 소식이 더 많네요.
            이게 나이를 먹었다는 싸인을 주나 봅니다.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는 세월이 무심하긴 하네요.   삭제

            • 은빛태양을사랑할래(yulan21)VIPVIP 2019-10-08 04:38:44

              공감해요.. 가끔 둘리를 볼때가 있는데 고길동은 완전 천사에요.. 둘리랑 떨거지들 말썽부리면 얄밉고요.. 내밀고있는 둘리 혀를 잡아댕기고 싶었던^^;;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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