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초등학교 절친의 쌍둥이 돌잔치에 가게 되었다. 3년전 술자리에서 보고 정말 오랜만에 모두 만나게 되었다. 다들 먹고 사는 게 바빠서 이젠 1년에 한 번 보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30년전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라 생김새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다들 몸이 어디 하나 아프다고 하니 지나가는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죽마고우 중에 아이가 다섯인 친구가 있다. 몇 년전 꽤 인기를 끌었던 주말 드라마 제목과 같다. 나의 초등학교 친구들은 다들 아이가 둘 이상이다. 이 친구는 우리 중에 결혼을 가장 빨리 해서 지금 첫째가 15살 중학교 2학년이다. 모임을 할때마다 한번도 빠지지 않던 친구인데, 2년전 이사를 가고 나서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이제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보이고, 많이 피곤해 보였다.

“잘 지냈냐? 오랜만에 보네. 연락이 잘 안되던데..”

“먹고 사느라 바빠서.. 애들도 크니까 돈도 많이 들어가고..”

“그러게. 아이들 학교 들어가니 들어가는 돈도 무시못해.”

“나는 아이가 다섯이다 보니 각자 배우고 싶은 것만 시켜도 교육비가 어마어마하다.”

그 말을 하는 친구는 표정이 밝지 않았다.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그의 표정에서 나도 같은 가장으로 그 무게를 힘들게 버티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 하지만 지금 이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다보니 아이 하나 키우는 것도 힘든 세상이 되었다. 친구의 빈 잔에 맥주 한잔 따라주면서 같이 힘내자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아마도 이런 불확실한 세상에서 사람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돈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나도 지금은 돈문제로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벌어도 마이너스인 인생이 가끔 버겁다. 아마 내 친구도 온몸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정말 부자가 아닌 인상 다들 고만고만 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중이다. 이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 미리 부동산과 재테크 공부에 매진하는 것도 조금은 더 편하게 살고 싶은 욕망일 것이다.

어릴때는 성적이나 공부, 교우관계 등을 빼고 정말 순수하게 친구들과 뛰어놀았는데.. 이제 성인이 되고 이 나이가 되어보니 그 시절 내 나이였던 아버지의 시름을 이제야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지금은 내 어린 시절보다 시대가 변했고, 부익부 빈익빈으로 인해 살아가는 게 쉽지않다.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나에게 해준 것 만큼이라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끔은 자기 전에 그런 생각으로 머리가 아플때가 많다. 어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얼굴도 모두 밝지 않은 걸 보면 가족을 책임지는 그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역시 죽마고우들이 편하다. 언제 어디서든 만나도 예전 어린 시절의 모습대로 아무 계산없이 웃고 떠들 수 있기에 행복하다. 앞으로도 나도 친구들도 꽃길만 걷길 기도해본다. 다들 황금돼지해에는 대박 나길 바라며..